딸기 수출 '빨간불'

입력 2003-09-17 08:56:55

딸기 농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 길은 막혔고 전국의 딸기 물량이 국내시장으로만 쏟아질 것을 예상하면 가격폭락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 이는 수출품종의 모종을 계약재배한 전국의 육묘장들이 잦은 비로 인한 과잉 습도와 일조량 부족 등으로 생산에 실패, 공급에 큰 차질을 빚으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경남 합천군 율곡면 제내리 (사)황강수출딸기작목회(회장 정수광)는 수출을 위한 예냉시설, 탑차 등 전국 제일의 기반시설을 갖춰놓고 있으나 모종이 없어 수출에 엄청난 차질을 빚게 됐다.

45개 농가 회원의 40여ha 전체 면적 중 수출용으로 40%인 16ha를 계획, 경북 영양.경남 거창.충남 논산 등 고랭지 육묘장에 계약재배를 의뢰했으나 모종은 절반정도밖에 공급받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지난해 10억여원에 달한 수출물량을 고스란히 국내시장에 납품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으며 이같은 현상은 전국적이라는 것.

수출딸기 농가들이 모종 품귀 소동을 벌이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수출 가능한 국내 품종으로는 논산딸기원예연구소가 개발해 올해부터 보급한 '매향'이라는 단 1품종 밖에 없다.

모종생산 실패와 함께 수요는 많고 공급은 부족하자 육묘농가에서는 계약을 무시하고 높은 값에 밀거래를 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수출 품종으로는 일본이 개발한 사찌노카.장희.육보.다찌오도메 등이었으나 올해부터 생딸기는 물론 냉동(아이스크림) 딸기까지 수출이 불가능해졌다.

이는 일본정부가 로열티와 함께 높은 관세적용을 입법 예고함에 따라 국내 수출업체들이 순수 국내 브랜드인 '매향'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

작목회원들은 "단 한 품목을 이제야 개발해 '수출전선에 뛰어들라'는 정부의 안일한 농림정책이 한심스럽다"며 "국내시장 딸기 값 폭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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