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입력 2003-09-17 08:56:55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옛날의 스타탄생은 우연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과는 달리 "무대 뒤에서 별로 하는 일이 없었는데 무대에 서기로 했던 주인공이 갑자기 배탈이 나는 바람에 급한 김에 무대에 선 게 행운이었다"와 같은 허구로 만들어져 스타탄생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기회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고 평소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도덕적 교훈이 포함되어 스타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모 신문사의 '영상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로 입상하면서 은막에 데뷔한 심은하는 최종 엔트리 33명에 포함된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시험장에 왔다가 우연히 심사위원들의 눈에 띄어 현장에서 분장을 하고 카메라 테스트를 받았다.

당시 예선을 거치지 않았고 원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며 말이 많았지만 롯데월드 퍼레이드 걸에서 스타로의 화려한 변신을 할 수 있었다.

김석훈은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던 중 홍길동역에 캐스팅이 된 배우가 갑자기 펑크를 내는 바람에 대타로 출연하여 행운을 잡았다.

스타탄생이 달라지고 있다.

'얼굴 짱'의 줄임말로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얼굴이 예쁜 아이를 지칭하는 '얼짱'이 스타등용문 1위다.

탤런트공채와 같은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면서부터다.

중학생 정도의 나이로 낮아진 스타의 평균데뷔 연령이 크게 작용했다.

휴대폰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찍은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뒤 '정말 예쁘다'는 네티즌의 도움만 있으면 그 날로 스타 데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기여는 인터넷이고….

연예산업은 흥행에 성공하면 대단히 높은 이익을 얻는 반면에 실패하면 손실의 폭이 엄청난 것. 일반적인 상품처럼 물질적 욕구가 아니라 미적이고 표현적 또는 오락적 욕구이기 때문에 주관적이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다.

획일화되고 집단적 논리의 지배를 받는 '얼짱'과는 애초에 코드가 맞지 않는다.

아이디어 빈곤이나 유행의 흐름에 지나지 않는 '얼짱'으로는 진정한 스타가 되지는 못한다.

반짝 스타로 만족하겠다면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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