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97㎜, 울진 182.5㎜, 포항 175.5㎜, 구미 165㎜(11일 이후 강우량). 강우량보다 바람이 거세 더 큰 피해를 입혔던 제14호 태풍 '매미'가 지나갔으나 이번 주에도 맑은 하늘을 보기는 힘이 들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이 발표한 이번 주 주간예보에 따르면 19일 밤이나 20일부터 차차 흐려져 20일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앞으로 한두차례 더 우리나라에 태풍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하순이후 다시 장마가 시작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연일 비가 내렸다.
이에 따라 벼의 출수가 늦어지는 등 농작물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들어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고 최근 비가 많은 원인은 무엇일까. 한편 일부 기상학자들은 계절을 잊은 기상이변이 속출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책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대구지방기상대가 측정한 강수량은 899.5㎜. 전년 같은 기간 553.2㎜보다 163%나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도 중부지방은 평년보다 2~14일, 남부지방은 3~14일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올 여름엔 왜 유난히 비가 많았을까.
기상청은 올 여름철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초기에 정상적인 발달을 보였으나 후기에 들어 세력이 확장되지 못하고 우리나라 부근에 정체함에 따라 비오는 날이 많았다고 밝혔다.
6월22일 제주도에서부터 시작된 장마로 7월 하순까지 흐리고 비오는 날이 지속됐고 7월 하순 이후의 잦은 비는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 태풍의 간접영향으로 조사됐다.
8월 중순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소 수축되면서 우리나라 부근에 정체전선이 형성돼 이후 많은 비가 내린 것이라고 기상청은 발표했다.
정체전선이란 전선 양쪽 공기덩어리인 기단의 세력이 비슷해 이동하지 않고 일정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전선으로 이 정체전선 부근에서는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는 시간도 길어진다.
우리나라는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덥고 습기가 많은 공기가 북상하고 북쪽의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비교적 찬 성질의 공기가 남하하여 이 두 고기압의 온도차로 정체전선이 생긴다.
기상청은 또 특히 8월 중순 이후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약 12㎞ 상공을 중심으로 발달하는 티베트 고기압〈그림2 티베트 상층 고기압 발달 모형도〉이 예년보다 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석환 기상청 기상홍보과장은 "지난 겨울 티베트 고원에 많은 눈이 내려 태양열을 반사시킴으로써 티베트 상층 고기압이 동아시아 지역까지 정상적으로 확장하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에 상층 기압골이 형성돼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비가 자주 내렸다"고 했다.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민경덕 교수는 "우리나라의 장마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나마 올해에는 바뀌고 있는 패턴과도 맞지 않을 정도로 비가 많다"고 했다.
기상이변이 계속됨에 따라 기상재해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경고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정예모 수석연구원은 최근 '기상이변, 우리나라는 괜찮은가?'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황사 발원지의 적설이 봄까지 녹지 않아 올해 황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과 올 들어 강수량이 증가한 점, 스모그 현상이 빈발한 점 등 기상이변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고 "계절 구분이 불분명해지는 기상이변 시대에는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물론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경우에 대해서도 시나리오를 설정,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루사, 사라 등 대형 태풍이 9월에 발생한 것처럼 강력한 태풍과 때늦은 더위, 그리고 때이른 추위 등 기상이변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우리나라에 영향 주는 '기단'
아주 넓은 육지나 해양에서 공기가 오래 머물거나 느리게 이동하면 수평방향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서 같은 성질을 갖는 공기덩어리가 형성되며 이러한 공기덩어리를 기단이라고 한다.
기단은 발생지에 따라 온도, 습도 등이 달라 기단의 종류와 이동에 따라 날씨가 달라진다.
기단이 만들어져 발생지를 떠나 다른 장소로 움직여도 어느 정도 기간에는 그 특성이 유지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공기의 성질이 변화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기단으로는 겨울철의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기단, 봄철과 가을철의 따뜻하고 건조한 양자강기단, 여름철의 차고 습윤한 오호츠크해기단, 여름철의 무덥고 습윤한 북태평양기단, 주로 여름철에 태풍에 의해 영향을 미치는 적도 기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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