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 외치기만 할 것인가

입력 2003-09-10 10:11:38

질서는 시장 경제의 근본이다.

두말할 나위없이 질서는 신뢰에서부터 나온다.

오늘날 한국 경제가 이렇게 허덕이는 것도 불황을 부추기는 대내외적인 여러 악재(惡材)에도 기인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질서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내부 구조적인 문제점에도 원인이 많다.

특히 '정보화 사회'와 '지식기반 사회'로 나아갈수록 신뢰 회복은 중대한 '사회적 자본'이다.

이런 측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추석 메시지는 덕담의 차원을 넘어 상당한 무게로 국민의 가슴에 다가온다.

노 대통령은 9일 추석 귀향 메시지를 통해 "정부부터 모든 역량을 경제회복에 집중하겠다"며 "무엇보다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 경제도 국민과 정부, 근로자, 기업인이 원칙을 지키고 서로 마음을 모으면 훨씬 빨리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회복을 위한 국민 단합을 호소했다.

법과 원칙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전범(典範)이다.

이렇게 당연한 원론적인 명제가 추석을 맞아 새삼 대통령의 입에서 강조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동안 목소리만 높았지 실천은 없었다는 증거다.

이 세상 어디에도 '무법과 무원칙'을 부르짖는 정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법과 원칙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같은 기본적인 국민의 의무조차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숱한 사람들이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틈만나면 무임승차(free-rider)로 이익을 챙기려는 '올빼미족'들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가 부(富)의 원천으로 여겨질 정도로 불로(不勞)소득이 판을 치고 있으니 빈부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원칙을 지켜달라'는 부탁은 그야말로 '바보'가 돼달라는 주문과 다를 바 없다.

법과 원칙은 외치는 것이 아니다.

실천하는 것이다.

그 빈틈없는 실천력을 바로 정부가 앞장서 보여줘야 할 때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정부에게 보내는 추석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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