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경북고 벽을 넘어라"

입력 2003-09-09 11:04:44

'경북고의 벽을 넘어라'.

전통적으로 경북고 출신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던 대구지역 국회의원 자리를 향한 비 경북고 출신들의 도전이 거세다.

이같은 추세의 직접적 원인은 다름 아닌 고교 평준화다.

이전에도 비 경북고 출신들의 도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몇몇 학교는 국회의원을 꾸준히 배출했지만 이번 선거처럼 비 경북고 출신 신인들이 대거 나선 경우는 없었다.

대구의 고교 평준화는 59년생 돼지띠부터 실시됐다.

그러니까 이른바 '58년 개띠'는 비평준화 마지막 세대다.

이전까지 지역 인재의 경북고에 의한 독과점 현상이 두드러졌으나 내년에 45세가 되는 59년생 부터는 경북고와 비 경북고의 차별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5.6공을 거치면서 전성기를 구가한 경북고의 그늘에 가려 지내던 많은 학교들이 이제 서서히 목소리를 내고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려 하고 있으며 정치권 진출 러시도 그 일환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 세대교체의 바람까지 세차게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내년 총선을 겨냥한 30, 40대 특히 40대 초반의 평준화 이후 비 경북고 출신들의 국회의원을 향한 도전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힘차다.

게다가 동창회 차원에서도 대대적인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등 국회의원을 배출하기 위한 '모교 업그레이드' 작전을 펼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장년층 이상 세대에 속하는 비 경북고 출신 인사들의 도전까지 합치면 현역 의원을 포함한 경북고 출신 인사들은 '협공'을 당하는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4대와 15대에 이어 16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경북고 출신들의 대구지역 의석 점유율이 총선 시점에서 거의 70% 전후의 비율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비경북고 출신들의 견제 내지 반발 심리를 자극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교체 요구도 적지 않아 선거전 양상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북고 대 비 경북고 후보간 대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구의 11개 지역구 가운데 박근혜 의원이 있는 달성군을 제외한 10개 지역구 가운데 8개 지역이 경북고 출신 국회의원들로 점유율 72.7%다.

비 경북고 신인들의 도전은 대구시내 거의 전 지역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구 하한선을 밑돌아 통폐합이 예상되는 중구를 제외하면 대구시내 거의 전 지역에서 비 경북고 출신 후보가 경북고 출신 현역 국회의원과 맞서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신당 후보들 가운데서도 비 경북고 출신들이 많다.

특히 대륜고와 계성고 그리고 대구상고 등은 다수의 후보를 배출할 것으로 보이고 영남고와 청구고, 사대부고 그리고 대구고와 능인고, 달성고, 심인고 출신의 예비 후보들도 나설 전망이어서 내년 총선의 선거전은 출신고교 분포로 봐선 '전국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경북고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이는 학교는 대륜고다.

수성을구의 윤영탁 의원이 대륜 출신이다.

또 동구 출마 가능성이 있는 임대윤 동구청장과 김성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있고 민주당의 이헌철 서구위원장과 이성환 북구을위원장도 대륜 출신이다.

수성을구를 노리는 김형렬 전 한나라당 경북사무처장 역시 대륜맨이다.

계성고와 대구상고 출신도 많다.

분구를 전제로 동을 지역을 노리는 박창달 한나라당 전국구 의원과 동갑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이강철 민주당 대구시지부장 내정자가 계성고 대표 주자다.

안원욱 민주당 동구위원장 그리고 이회창 후보 후원회 부회장 출신으로 달서갑구를 희망하고 있는 이수광씨와 민주당 대선본부 조직부국장 출신으로 달서을구에서 출마 예정인 권형우씨도 계성고 졸업생들이다.

대구상고 출신으로는 지하철참사 희생자 사망인정위 위원장을 지낸 김준곤 변호사가 서구 출마를 준비중이고 안경욱 민주당 북갑위원장과 달성군 출마설이 도는 민주당의 박상희 의원도 대구상고를 나왔다.

공교롭게도 남구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 조진해 대구시의원과 신동철 부대변인은 청구고 출신의 동기동창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달서갑구에서 권토중래를 노리는 김한규 전 의원과 같은 지역에 출마를 준비중인 강석진 한나라당 부국장 역시 영남고 출신이다.

또 수성을구 출마를 준비중인 주호영 변호사는 능인고의 '간판 선수'다.

남구 출마설이 나도는 신철원 협성재단 부이사장은 능인고 중퇴 후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북구갑에서 출마가 유력한 이명규 북구청장은 대구고 출신이고 이원배 민주당 수성을위원장도 대구고를 나왔다.

북구을 출마설이 도는 홍동현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사무처장도 대구고 졸업생이다.

또 민주당의 박기춘 달서갑 지구당위원장은 대건고 출신이고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영규씨는 심인고 출신으로 달서갑구를 노리고 있다.

북구을에서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배기찬 청와대 행정관은 달성고 출신이다.

경북지역 고교 출신들도 있다.

한나라당의 박승국 의원은 울진종고를 나왔고 수성을구를 노리는 전국구의 박세환 의원은 안동고 출신이다.

같은 지역에서 준비중인 이성수 전 대구시의회 의장은 포항고를 나왔다.

동구에 도전하려는 김천희 이회창 후보 후원회 사무국장은 왜관 순심고 출신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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