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과일농사를 지어 왔지만 올해처럼 흉작일 때는 없었습니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농약값, 자재대 구입으로 늘어난 부채를 갚을 길이 막막합니다".
포도와 복숭아 주산지인 경산에서는 요즘 이들 과일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농민들은 올해처럼 과일농사가 안되기는 처음이라 속상해 하면서 삼삼오오 모여 앞날을 걱정했다.
포도 600평과 복숭아 2천평의 농사를 짓는 나동배(62.남산면 우금리)씨는 "올해는 잦은 비로 일조량은 크게 부족해 포도의 경우 알이 터지는 열과가 많다.
포도 복숭아 할 것 없이 당도는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습한 날씨로 병충해는 더욱 기승을 부려 농약은 작년보다 5, 6차례 더 쳤지만 수확량은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나마 동네에서는 올 농사를 잘 지었다고 할 정도니 다른 농가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요즘 경산농협 공판장에서 거래되는 포도 '캠벨'은 5kg 한 상자당 1천∼1만4천원대. '거봉'은 4천∼1만5천원대. 복숭아 '환타지아'와 '골드'는 15kg 한 상자당 3만원 내외. 복숭아는 작년 이맘때보다 20% 정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수확량은 지난해 60∼70% 선에 그쳐 전반적으로 수입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남천면 신방리 2천500여평 밭에 포도, 복숭아 농사를 짓는 이정외(49)씨는 "요즘 동네 포도밭에는 포도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했다.
"당도가 떨어져 소비가 잘 안되면서 가격도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수확을 해 판매하려고 해도 인건비, 상.하차비, 박스값을 제하면 손해를 봐 그냥 밭에 썩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비료.자재값은 오른 상태에서 올해는 비마저 유난히 자주 내려 병충해가 기승을 부려 농약도 대여섯차례 더 쳤다.
모두 수확해 갚을 요량이었는데 돈 이자 갚기 힘들고 주머니돈 털어 갚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요즘 공판장에서 거래되는 이들 과일의 품질과 가격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심지어 포도 한 상자에 1천원 하는 경우도 있다.
경매사 김종순(56)씨는 "농민들이 애써 지은 농사를 밭에 그대로 달아 두자니 억장이 무너지고 해서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수확해 판매하려고 오는 경우도 있다.
상자당 1천~2천원 받을 경우 상자값 700∼800원에 수수료 7% 내고 나면 운임비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4천400평에 복숭아,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정기태(57.중방동)씨는 "복숭아의 경우 작년에는 15kg들이 2천상자를 수확했으나 올해는 1천300상자 수확도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따라서 "가격은 작년보다 좀 낫지만 물량이 줄어 수입은 작년의 3분의2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농가들이 농사를 망친 것은 아니다.
고품질을 생산해 제값을 받는 농민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경산농협 공판장 이통곤 장장은 "포도도 5kg상자 당 1천∼1만4천원대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전반적으로 당도가 떨어지고 알이 꽉 차지 않는 등 상품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비가림시설로 재배한 농민들 중에는 질 좋은 품질을 생산해 높은 가격을 받는 경우도 많다"며 고품질 브랜드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재기 조합장은 "기상 이변이 속출하는 요즘처럼 잦은 비에도 포도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가림시설이 필수적"이라고 단언했다.
포도 비가림시설에 소요되는 비용은 600평당 500만원 정도.
그러나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농민들이 선뜻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포도밭에서 만난 농민들은 "비가림 시설은 하지 않은 사람은 올해 '작살'이 날 정도로 농사를 망쳤다.
돈 없고 나이 많은 농민들은 비가림 시설도 엄두를 못낸다.
시설비의 50%를 보조해 주지만 이작도 많은 농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경산시 전체 포도재배 면적 1천212ha 중 비가림 시설은 250ha에 불과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수확의 기쁨으로 가득차야 할 요즘 농촌의 과원들은 흉작으로 생산비는 고사하고 빚갚기조차 막막해 농민들의 한숨소리와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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