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출산율 저하에 대한 합리적 대응

입력 2003-09-04 09:27:50

근년에 우리 사회의 출산율이 갑작스럽게 낮아지면서,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지금 우리 사회의 출산율 1.17은 어떤 기준으로 살피든 너무 낮다.

무엇보다도 인구의 안정에 필요한 수치에 크게 못 미친다.

예컨대, 남아와 여아의 비율이 1.057이고, 여아들의 95%가 가임기의 중앙까지 살고, 그들 가운데 90%가 결혼한다고 가정하면, 가임기를 거친 여성들의 평균 출산율이 2.16이 되어야, 인구가 안정된다.

출산율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상승이든 저하든 주목할 만한 현상이며 대체로 건강한 징조는 아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출산율의 저하를 불러온 요인들이 분명치 않아서, 성급한 대책들은 효과가 적고 자원을 낭비할 수도 있다.

출산율이 갑자기 낮아졌으므로, 특히 2001년의 1.30에서 단 한 해만에 1.17로 낮아졌으므로, 출산율이 현재의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보다는 조만간 상당히 회복할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출산율이 시민들의 합리적 결정들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자연히, 정부가 그런 결정들을 바꾸려 나설 까닭은 없다.

특히 '출산 장려금'이나 '세금 혜택'과 같은 보조금을 통한 출산율 제고 정책은 효과는 적고 낭비는 심하다.

출산율의 저하가 정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하면, 부부들의 결정들에 영향을 미친 사회적 조건들을 바꾸는 것이 옳다.

19세기 이후 경제적으로 발전한 사회들에선 거의 예외없이 출산율이 낮아졌다.

그런 변화는 네 가지 요인들로부터 나왔다.

먼저, 전통적으로 가족이 수행하던 기능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다른 특화된 사회적 기구들로 이관되어서 전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아이들만으로도 사회적 목표들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다음엔 사망률이 빠르게 낮아져서 적게 낳아도 되었다.

셋째,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출산과 육아에 대한 결정에서 아내의 뜻이 훨씬 크게 작용하게 되었다.

넷째, 간편한 피임기술이 나왔다.

우리 사회에서도 경제가 발전하면서 출산율은 빠르게 낮아졌다.

근년의 갑작스러운 출산율의 저하는 이러한 전반적 추세에 결혼 연령의 상승, 가정파탄의 증가, 영구 독신 여성의 증가, 노부모의 자식의존도 감소, 여성의 활발한 경제활동, 육아비용의 가파른 상승, 청년 실업률의 상승, 사회적 불안과 같은 우리 사회의 특수한 요인들이 더해진 데서 나왔다.

요약하면, 아이들을 갖는 데서 얻는 물질적. 심리적 혜택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아이들을 낳아서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훨씬 커졌다.

이런 상황에선 가족 당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그런 요인들을 바꾸어야 한다.

아쉽게도, 정부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경제를 활기차게 만들고, 실업을 줄이고, 교육비를 줄이고, 육아에 도움을 주는 사회적 제도들과 시설들을 마련해야 할 텐데,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탁아소를 많이 세우고 출산 휴가를 늘리는 일은 당장 필요하지만, 그런 조치들의 비용을 기업들이 지게 되면 뜻하지 않게 여성의 사회 진출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지나치게 큰 힘을 합리적 수준으로 줄이고 법인세를 폐지하고 준조세를 실질적으로 막아서 기업의 이윤을 늘리는 일이 앞서야 한다.

현대의 사회들은 모두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끊임없이 높아지는데, 그것은 환경에 대한 압박을 꾸준히 늘린다.

기술의 발전은 그런 압박을 상당히 줄일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구의 점차적 감소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인구 밀도가 아주 높다.

출산율의 저하가 불러올 인구 감소가 국력의 축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그런 가정들 위에 세워진 전체주의적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잘 자라나서 좋은 여건 속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가장 노골적인 출산장려정책을 편 나라들이 파시스트 이탈리아, 국가사회주의 독일, 그리고 공산주의 소련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출산율의 저하가 경제 활동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큰 사회적 문제들을 부르리라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인구 감소가 필연적이므로, 어떤 사회도 그 문제들을 피할 수는 없다.

문제들을 늦추고 비용을 보다 장기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을 따름이다.

지금까지 인구 정책은 대체로 출산 억제에 맞추어졌었다.

인구 폭발이 워낙 큰 문제였으므로, 그런 정책은 일단 정당화되었다.

출산율을 일부러 높이려는 정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설령 그런 정책이 정당화된다 하더라도 직접 보조금을 통해서 출산율을 높이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부부들이 아이들을 덜 낳게 만든 요인들을 살펴서 그것들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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