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행위예술...도심엔 온통 '문화바람'

입력 2003-08-30 09:00:28

거리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물결속으로, 물건을 파는 상인들 목소리속으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속으로 문화바람이 불고 있었다.

대구거리문화축제가 열린 29일 오후 6시 2·28공원에는 동성로를 거리문화의 메카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모두 몰려들었다

판토마임하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춤추는 사람, 행위예술하는 사람, 그리고 스케이트 보드 타는 청소년들까지 조금후면 벌어질 축제를 기대하며 들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개막공연은 대구와 서울 등지에서 온 연주자들이 함께 어울린 실내악단 '공감'의 무대였다.

아무리 퓨전시대라지만 저렇게 악기가 들쑥날쑥할까 싶을 정도로 구성돼있었다.

현악기인 해금·아쟁, 타악기인 드럼·봉고·모듬북·꽹과리·콩가, 관악기인 태평소·대금·피리·앨토색소폰, 건반악기인 신디사이저가 묘한 음색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마임축제를 보지 못해 올해는 신문보고 일정을 알아두었다가 마음먹고 나왔다는 김윤희(39·수성구 황금동)씨는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행사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도심행진. 스케이트 보드를 탄 행위예술가가 앞장서고 '거리가 건강하면 쇠똥구리가 다닌다'는 의미에서 한지로 만든 커다란 공을 굴리면서 시작된 행진은 2·28공원에서 동아양봉원-중앙파출소-동성로를 지나 본 무대가 마련된 대구백화점 앞 광장까지 계속됐다.

50여명으로 시작된 행진은 각 거리를 지나면서 100명, 150명으로 불었다.

이유도 모르고 따라가던 터키 농구선수 알탄 지하드씨는 온몸에 색칠을 한 행위예술가들을 보고 "우주에서 왔나?, 어디로 가나?"하면서 '굿(Good)' '나이스(Nice)'를 연발하며 신기해 했다.

본 무대인 대백앞 특설무대에는 리허설과 일부 공연이 있은 탓에 사람들이 많이 집결해 있었다.

손혜영 무용단의 '태평무', 일본에서 온 오쿠다 마사시의 비눗방울을 이용한 마술같은 마임, 김소영 댄스스포츠의 라틴댄스, 극단 몸꼴의 '불꼴'로 이어지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어 현대무용단과 대구의 언더밴드 '챌리스 오브 소울(영혼의 성배)'과 함께 한 환경마임퍼포먼스 '곤충의 도시'로 하루 일정을 끝마쳤다.

거리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인 조성진씨는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물결이 넘치는 동성로"라며 "이 거리에서 축제를 갖는 것은 대구가 건강한 문화도시임을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이번 축제의 의의를 설명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사진:'대구거리문화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29일 오후 동성로 일대에서 쇠똥구리를 상징하는 대형공을 굴리며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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