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도시 외곽 등산로 마다 새벽 산책객이 부쩍 늘어났다.
이른 새벽뿐 아니라 요즘엔 아침나절이나 오후에도 등산로가 비좁을 만큼 인파가 넘쳐난다.
한여름 계절탓에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아까운 경륜과 아직도 창창한 노익장의 젊음과 지혜를 타의로 접어두고 소일할 거리가 마땅찮아진 중장년 실업 계층이 늘어난 탓도 적지 않다고들 한다.
산길을 찾는다는 것은 이유야 무엇이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유익한 레저다.
일과 속에서 그저 습관처럼 오가는 숲길 걷기도 이왕이면 자연의 섭리나 삼림에 대한 지혜를 깨쳐가며 과학적인 '휴양문화'를 즐길 필요가 있다.
산속의 숲길을 걸으며 건강을 얻는다는 근대적인 삼림욕(森林浴)은 160여년전 독일 '바덴바덴'에서 산속 숲을 걸으며 요양을 하는 '기후요법'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삼림지형요법'이란 이름으로 경사진 산속 숲길 걷기가 권장됐다가 2차대전후에 삼림요양 연구를 계속, 최근엔 '자연회복의학'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흑림(黑林)지대 요양소에는 콜레라 환자들이 모여와 삼림욕으로 병을 치료한다.
중국에도 삼림(森林) 양생(養生)비법은 1700년전부터 전해진다.
속칭 '채기술(埰技術)'이라하여 수목이 뿜어내는 공기와 수목 성분을 조용히 들이마셔 단전으로 보낸 뒤 발바닥 가운데의 용천 혈로 공기(氣)를 빼는 수행법이다.
그러면 산림속에는 어떤 물질들이 있기에 자연회복 의학과 채기술의 건강수행법으로 이용돼 왔을까.
숲속에 들어설때 코를 자극하는 숲의 냄새는 휘발성의 테르펜이란 물질이라고 한다.
이 테르펜이 항균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사람은 러시아 레닌그라드 대학의 토킨 박사다.
1936년 240가지 고등식물의 잎·나무껍질·꽃 등을 골라 실험한 결과 아카시아 꽃과 떡갈나무 잎에서 폐결핵 균을 퇴치시키는 약리작용을 발견했다.
그는 그러한 테르펜의 물질을 '피톤치드'로 이름지었다.
자연휴양림이나 식물원 안내 표지판 등에 쓰여 있는 피톤치드는 피톤(식물)과 치드(다른 생물을 죽인다는 뜻)의 합성어다.
전세계 숲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의 양은 약 14억t. 주로 측백나무나 삼나무·전나무·문비나무 등에서 많이 방출되고 겨울보다는 여름철에 양이 많다고 한다.
약리작용도 삼나무 삼림욕은 디프테리아 치료효과가 있고 밤나무 숲은 가려움증과 고혈압 치료에 도움이 되며 소나무 숲은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고 산림학자들은 주장한다.
대체로 피톤치드는 잎이 넓은 활엽수보다 소나무가 많은 숲속에서 더 많이 발산된다.
소나무 1㏊에는 하루 30㎏의 피톤치드가 나오나 활엽수 숲속에서는 2~3㎏밖에 나오지 않는다.
또한 요즘같은 무더운 여름철 습기는 높고 더운 한나절에는 겨울철보다 5~10배 이상의 피톤치드가 방출된다
시간적으로는 새벽 숲에 피톤치드의 함량이 더 많다.
기온이 낮아 공기중의 수분포화능력이 떨어져 나무에서 발산된 피톤치드가 휘발되지 않고 머물러 있기때문이라고 한다.
거기다 약간의 바람이 불거나 계곡의 물이 흘러 움직이는 곳은 공기의 이동에 의한 잎의 흔들림으로 발산량은 더 많아진다.
특히 계곡이나 폭포가 있는 산길에는 물안개가 주변공기를 미세한 음이온 상태로 만들어준다.
결국 '여름철 새벽 약간의 바람이 부는 소나무 종류가 많고 계곡물이 가까이 흐르는 경사진 산길을 걷는것'이 가장 좋은 삼림욕 요령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산과 숲은 우리에게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고 육신을 강건하게 해주는 유익한 물질과 기(氣)를 뿜어내주고 있다.
그러나 삼림을 빠져나와 세상속으로 나와보라. 온화한 기(氣), 건강하고 평화로운 기운 대신 독기(毒氣)와 노기(努氣)가 가득차 숨을 못쉴 것 같다.
온국민이 믿고쳐다보고 있는 최고지도자는 송사(訟事)를 벌이며 국정을 긴장시키고 있고 국민시청료로 운영되는 국영방송은 신문들과 케케묵은 친일시비 특집방송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과 투쟁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부패한 정치인, 일부노조의 붉은 머리띠 불법파업은 노기와 투쟁적 기(氣)를 뿜어낸다.
농민들은 고속도로를 막고 젊은 아이들은 인터넷에 토론이란 이름으로 극언과 비방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온통 독가스같은 역피톤치드 물질만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숲속에 피톤치드 같은 좋은 물질과 기가 뿜어지면 심신의 건강이 살아나듯 사회속에도 서로서로 평화롭고 화기(和氣)에 찬 기를 뿜어내면 사람들의 마음에 분노와 증오와 다툼 대신 화합과 사랑이 스며들텐데. 피톤치드 없는 세상, 노기와 독기만 뿜어내는 세상이 되어가더라도 그래도 우리는 숲길을 걸어야 한다.
비록 힘없고 목소리 낮은 소수라도 숲길을 걷는 계층이 있어야 그나마 이 사회가 독기에 견뎌내는 면역을 지닐테니까.
김정길(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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