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전문기자 임재양의 '중소병원 진단'

입력 2003-08-07 15:24:19

얼마전 한 중소병원장이 자살했다.

가수 유승준의 예비 장인이었기에 관심은 온통 유승준의 입국 여부에 몰려 있었지만 의료계로서는 심각한 사건이었다.

중소병원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하나의 신호로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구 중소병원의 선두격인 모 병원은 최근 소화기 전문병원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전문의 확보의 어려움, 인건비 급상승, 환자 감소로 더 이상 지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성구의 한 중소 병원은 몇 차례의 구조조정, 명의 변경을 겪었지만 가장 환자가 붐빌 오전에도 환자가 몇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구 지역 48개 중소병원의 실태는 거의 비슷하다.

엄살이 아니라 이제 마지막까지 왔다는 분위기이다.

이런 어려움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1998년까지만 해도 전국 중소병원의 도산율은 4.3%(22개/508개)였지만 2000년 의약분업을 거치면서 급격히 증가, 2002년에는 12.4%(87개/699개)가 도산했다.

문제는 미래가 더욱 어둡다는데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를 보면 전국 중소병원의 30%에서 1조원의 진료비 가압류가 돼 있는 상태이다.

이 금액은 전체 병원의 한달 진료비 총액(3천200억원)의 3배를 넘는 엄청난 수치이다.

중소병원은 왜 경영난을 겪고 있을까. 병원은 병의 경중에 따라 의원, 중소병원, 종합병원으로 나누어서 치료를 해야 효율성이 가장 좋다.

의료전달체계라는 제도이다.

감기 등 가벼운 병은 의원에서 보고 큰 병은 종합병원에서 보는 제도이다.

이런 제도의 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2000년 의약분업은 중소병원에 치명타였다.

종합병원이 수익을 앞세워 검진이나 가벼운 병을 보고, 의원이 비싼 장비를 갖추고 전문화하자 중소병원의 입지는 좁아졌다.

거기다 의약분업 이후 중소병원의 본인부담금이 오르고 개업붐으로 전문의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은 더욱 중소병원의 몰락을 초래했다.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책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수가 인상으로 압축된다.

의료는 한정된 돈으로 효율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

방법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밖에 없다.

모든 병, 의원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 세워서는 안 된다.

이미 한국은 고가 의료 장비의 시험장으로 소문이 나 있다.

의원에 가서도 비싼 돈을 치러야 진단, 치료를 할 수 있으며 가벼운 병으로 종합 병원에 가면 또한 돈이 2, 3배 더 든다.

특진료, 가산료가 붙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미 비싼 값을 치루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의료 수가는 현실화 시켜야 한다.

그리고 가벼운 병은 의원, 조금 중하고 입원이 필요한 병은 중소 병원, 그리고 종합 병원은 원래의 설립 취지인 교육과 연구가 우선이 되고 전문화 된 진료를 담당해야 한다.

임재양(객원전문기자·임재양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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