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더위를 무색케하는 중소도시와 농촌지역 경기 한파에 서민가계의 근간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기.전화료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공과금을 연체하는 가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농촌은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목돈을 만질 수 있었던 특작농사도 궂은 날씨 때문에 죽을 쑤고 여타 주요작물도 작황이 나빠 소득전망이 흐려지자 농민들은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한전경북지사 관할 경북북부 안동, 청송 등 10개 시.군의 전기료 수금률은 6월말 현재 95%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이며 미수액은 55억여원, 체납 단전가구도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467가구 늘어난 2천230가구에 이른다.
문경시의 건강보험료 체납은 4천607건에 체납액 10억 1천만원, 3개월 이상 체납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상자가 890여명이며 지방세 체납액은 30억원을 넘어서 시가 일제 징수에 나섰지만 연체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한전과 시.군 관계자는 "제세 공과금 징수율이 근래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다" 며 "고의성보다는 더욱 골 깊어진 경기불황에 직면한 서민가계의 단면으로 강력한 징수조치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농민들은 심각한 빚 몸살까지 앓고 있다.
농협안동시지부의 조합원 상호금융 대출금은 6월말 현재 5천12억여원으로 이중 5.3%가 연체돼 금액만도 260억원에 이른다.
연체율로도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P 늘었다.
문경시의 농업 정책자금 연체액은 지난해보다 99억원이 증가해 1천51억원에 이르고 농업인 신용카드 연체액도 120억원이나 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안동 풍산농협 권오갑 전무는 "경기침체와 작황부진으로 지역 특작물인 수박 값이 떨어져 영농자금 원금상환은 고사하고 이자와 외상 농자재 대금도 못내는 조합원이 속출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읍.면소재지 상경기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농민들로부터 외상값을 받지 못한 자재.종묘상들이 대게 수천만원씩의 경영자금 압박으로 부도에 직면했고 농기계판매점은 개점휴업, 식당 등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고추와 사과 등 주요작물의 작황이 부진해 소득전망이 흐린데다 가을영농을 위해 대출하려 해도 농협마다 조합원 70%정도가 한도액 때문에 불가능한 실정이다.
김성만(56.안동시 풍산읍 안교리)씨는 "30년간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 같이 쪼달리는 여름은 처음" 이라며 "영농자금 대출 확대와 이자감면 등 농촌의 숨통을 틔워주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고 호소했다.
문경.박동식기자 parkds@imaeil.com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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