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외계어' 안쓰기 새바람

입력 2003-07-29 11:42:40

んr己5ぉЙ(사랑해), ㉧ㅕ분들○r∽(여러분들아), ズr일㉣i털(자일리톨)…

요즘 인터넷에서 난무하는 글자들이다. '외계어'라 불리는 이런 희한한 표기는 몇년 전부터 조금씩 사용이 늘어 왔으며, 과거의 '안뇽' '방가' 정도의 수준을 넘어 기성세대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 단절 수준으로까지 치닫기도 했다.

실제로 기자가 인터넷 중학생 채팅방에 들어가 대화를 시도, '오드리 햅번'이라는 대화명을 쓰는 중2 여학생에게 자신을 외계어로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채팅창에는 "㉨┨ 는 ___, 金おĦ어l 살굴___ , ①⑤ 챨 ○Ι구___ , んГ람들○Ι 오l겨l㉧┨つГ しГ쁘てr눙___ ○r뇨___ !" 라는 글이 떠올랐다. "저는요, 김해에 살구요, 15살이구요, 사람들이 외계어가 나쁘다고 하지만 아니에요"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런 외계어는 또래들 사이에서도 유통되지 못하는 때도 적잖다. 다른 채팅방에 들어가 위의 글을 보여주며 해석을 부탁했으나 5명 중 1명만 해석해 냈다. 대신 "ㅇ ㅣ 렇ㄱ ㅔ 뜨 ㅣ워쓰ㄱ ㅣ 무 ㅅ ㅣ ㅎ ㅏ는 것도 잇ㅇ ㅓ ㅇ ㅕ"라며 새로운 유형의 외계어를 소개했다. '외계어'에도 여러 유형이 있고, 특수문자.영어알파벳.일본문자 등을 섞어 쓰는 '마구섞어형', 한글 자모음 사이를 불규칙하게 띄워쓰는 '띄어쓰기형', "아______의 도를 수행하는 ___자들이 주로 쓴다"는 '___언' 등이 대표적 유형으로 꼽힌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는 외계어 번역기(http://tongjang.x-y.net/gg/start.php)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을 정도. 이해 못할 외계어를 정상어로 번역해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희한한 언어들이 많다보니 번역 안되는 외계어가 더 많다고 사용자들은 전했다. 각자가 나름대로 만들어 쓰다 보니 독특한 사용법을 알아야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외계어 사용이 최근 조금씩 줄고 있는 점이었다. 위의 '오드리 햅번'이라는 중학생은 얼마 전부터 외계어 사용을 중단했다고 했다. "새종되왕님께서 너무 싫어하셔서 그만 쓰기로 했다"는 것. 국어를 가르치는 담임선생님의 꾸준한 지도도 도움됐다고 했다. 다만 오랜 버릇이 남아 가끔 튀어 나오는 '새종되왕' '~햇자너' 등 표현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대화명이 '여름향기'라는 중3생은 "인터넷 언어를 쓰다가는 학교 수행평가 점수를 엉망으로 받기 십상"이라면서 "습관부터 고치려고 인터넷 할 때도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부다'라는 대화명의 남학생은 "요즘 인터넷 채팅방에서 외계어를 쓰면 왕따 당한다"고 했다. 의사 소통에 시간이 많이 걸려 채팅방에선 외계어 안쓰기 바람이 얼마 전부터 조금씩 불고 있다는 것. 한나림(16)양도 "이제 외계어는 또래끼리 얘기 나누는 '타키' '버디버디' 'MSN' 등 메신저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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