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종 늘어...애완견 값 '반값'

입력 2003-07-28 11:28:15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급증했으나 최근 들어 값은 되레 절반 가까이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 수가 많아지면서 새끼 분양이 늘고 높은 가격을 노려 싼 후진국산 수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구 봉산동 한 애견점의 이모(35)씨는 "애완견은 같은 종이라도 생김새.혈통 등에 따라 가격 편차가 심하지만 대체로 봐 지난 5월부터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 것이 틀림 없다"고 했다.또다른 애견점의 김모(49)씨는 "평균해서 볼 때 말티즈(Maltese) 암컷은 70만~100만원에서 40만~70만원으로, 요크셔 테리어(Yorkshire Terrier)는 70만~80만원에서 45만~50만원으로 값이 떨어졌고, 슈나우저(Schnauzer)도 10만~20만원씩 가격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모(22.여)씨는 이런 추이를 모르고 지난달 초 인터넷 애견 분양 사이트에 말티즈 새끼들을 팔겠다고 내놨다가 팔리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했다. 다 큰 암컷이 60만~7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만 알고 지난 4월 태어난 새끼 5마리를 35만~45만원씩에 팔겠다고 글을 올렸지만 살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는 것. 뒤늦게 최근 시세를 알게된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지난달 말 값을 25만~30만원으로 낮춰 재등록해 놨다고 했다.

대구에서 애견 농장을 하는 강모(52.여)씨는 가격 폭락 이후 농장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아졌다고 했다. 특히 시추(Shih Tzu)나 슈나우저 등의 값이 많이 떨어져 35만~40만원에 내던 시추 암컷을 지금은 15만~20만원에 팔고, 50만~60만원에 팔던 슈나어저 암컷은 겨우 15만~20만원 받는다고 했다.

더우기 강씨는 "얼마 전만 해도 애견을 구경오는 사람이 하루에 서너명 되고 매일 2마리 정도씩 팔았지만 지난달에는 한 마리도 못팔았다"고 말했다. 60~70마리를 키우려면 사료비.예방 접종비만 한달에 100여만원씩 필요해 적자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

애견 전문가들은 가격 폭락의 주원인 중 하나로 몇년 사이 급증한 후진국산 싼 강아지의 수입을 들었다. 한국애견연맹 유대승 사무총장은 "애견 붐이 일어난 후 수입상들이 동구권 등에서 값싸고 혈통 불분명한 강아지들을 무차별로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강아지 수입 마릿수는 2000년 6천182마리, 2001년 2만964마리, 2002년 5만7천72마리로 급증했고 올해도 5월까지 2만2천951마리가 수입됐다. 김미승 연구원은 "대부분이 중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 산이고 올해 수입분 중 68%는 중국산"이라고 전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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