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울릉도' 우리가 해결사

입력 2003-07-26 15:38:08

오징어, 호박엿, 눈(雪)이 연상되는 울릉도.

포항에서 217km떨어진 울릉도는 쾌속선으로 3시간이면 도착하는 천혜의 관광지다.

연간 20여만명에 육박하는 관광객들이 찾고 오징어 어업의 전진기지로 유명한 울릉도는 동해안에서 가장 큰 섬으로 국토에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70년대 중반 2만9천800명이던 울릉도의 인구는 산업화를 거치고 직장과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육지로 향하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9천400여명으로 그때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친구들을 따라 육지로 나가는 대신 고향을 묵묵히 지키며 지역의 궂은 일을 내일처럼 여기고 앞장서 봉사하는 젊은이들로 인해 울릉도 주민들은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울릉청년단(단장 김영태)이 결성된 것은 지난 88년 2월.

초대단원으로 6대 단장을 지낸 김정권(43)씨는 "88올림픽을 앞두고 경찰인력이 부족한 울릉의 실정을 감안, 자율방범활동을 하자는 취지로 40여명의 청년들이 모인 것이 울릉청년단이 결성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단원들의 활동은 자율방범에 그치지 않고 상가를 찾아가 일손을 지원하고 소년소녀가장을 돕기위해 해변가요제를 시작하는 등 범위가 확대되면서 지역에 빼놓을 수 없는 단체로 성장했다.

울릉 청년단이 창단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마음으로 16년째 의욕이 넘치는 조직으로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선배들의 모범적인 행동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던 젊은 후배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려고 기꺼이 나섰기 때문이다.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는 울릉 젊은이라면 누구든지 울릉 청년단에 가입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고 젊은 자식을 둔 부모는 청년단 가입을 권할 정도로 주민들의 울릉청년단에 대한 신뢰는 대단하다.

울릉 청년단은 만25세이상 40세미만의 울릉주민은 누구나 입회비(5만원)와 월2만원의 회비를 내고 가입할 수 있으며 40세 이상 되면 자동적으로 OB들의 모임인 지도회에 들어가 뒤에서 후배 청년단원들을 지원해준다.

현재 울릉 청년단의 단원수는 35명. 지역선후배간인 단원들의 직종은 자영업과 농업, 선박수리업, 운수업, 공무원 등 다양하다.

울릉 청년단의 봉사활동은 겨울을 제외한 봄부터 가을까지 빡빡한 일정에 따라 이어진다.

취나물과 삼나물을 캐는 봄이면 단원들은 일손 돕기에 나서 주민들이 캐어 놓은 나물을 직접 운반해준다

농민들에게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 도시락과 음료수를 준비해 가는 것은 물론이다.

울릉도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 중 하나인 오징어철인 가을에는 오징어배 입항이 많은 저동항을 찾아가 선상에 있는 오징어상자를 내려주는 봉사활동도 펼친다.

선원부족으로 하역작업 일손이 모자라는 선원들에게 청년단의 도움은 가뭄 끝에 오는 단비나 다름없다고 한다.

독거 노인들이 숨질 경우 상가를 찾아가 상여를 메어주고 성인봉 등산로청소와 여름철을 앞두고는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 바다청소를 해마다 빠짐없이 해오는 것도 울릉 청년단의 빼놓을 수 없는 활동으로 꼽힌다.

청년단 결성의 계기가 되었던 방범활동도 고교생들이 야간수업을 마치고 귀가할 때까지 취약지구를 중심으로 연중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70대 관광객이 해변도로를 걷다 미끄러져 바다에 빠진 뒤 구조된 것도 때마침 순찰 중이던 청년단원들에 의해서다.

청년단에 의해 16회째를 맞고 있는 울릉 해변가요제는 이제 주민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지는 흥겨운 축제로 자리잡았다.

올해도 7월31일부터 8월1일까지 2박3일간 진행되는 해변가요제는 연예인들의 공연, 사물놀이, 불꽃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행사 뒤 남는 수익금은 불우이웃과 소년소녀가장들을 돕는데 사용된다.

선배들이 봉사하는 모습이 멋있게 보여 9년 전 울릉 청년단에 가입한 공호식(33)부단장은 청년단의 활동에 대해 특별한 보람에 앞서 당연히 내가 해야할 일들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손채수(30)기획부장은 선배들이 의욕적으로 지역을 위해 일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좋아 지난해 가입했다며 힘든일 어려운일이 생기면 서로 도와주고 똘똘 뭉치는 내부화합과 단결력이 남다른 것이 청년단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울릉주민들은 울릉 청년단을 고향의 으뜸가는 단체로 평가한다

울릉군청 김상곤(48)문화관광과장은 젊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직장과 생업이 바쁜데도 불구 몸을 아끼지 않고 야간청소년지도, 청소년선도, 불우 이웃돕기는 물론 군청행사까지 보수 없이 도와주고 있어 울릉의 보배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단원들은 젊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게 하는 교육, 의료시설확충과 문화공간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단원들이 수년전부터 울릉도 경비행기취항 추진위원회 결성에 앞장선 것도 울릉도 관광 활성화의 돌파구를 마련, 울릉도의 인구유출을 막아보자는 뜻도 담겨있다.

울릉군이 검토중인 심층수 개발 등 일자리 창출과 청년단원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조화를 이룬다면 고향을 지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 울릉도가 젊고 활기찬 섬으로 변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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