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3:'기계들의 반란'

입력 2003-07-23 09:14:52

12년만에 돌아왔다.

비장미 넘치는 음악을 배경으로 엄지를 치켜들고 '굿바이'를 외쳤던 터미네이터가 3편의 색깔을 입고 나타났다.

2편의 '굿바이'는 터미네이터의 명대사 'I,ll be Back' 이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임스 카메론은 거기서 끝을 내고 싶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왜 감독을 맡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도저히 12년전과 같은 화제작을 만들 자신이 없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터미네이터2'는 1편의 가공할 이미지를 고스란히 속편의 스케일 속에 담아냈다.

속편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종결구조를 가졌고, '굿바이'는 영화의 완벽한 완결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왜 2편이 설정한 '심판의 날'(1997년8월29일)을 6년이나 넘기고 속편이 나왔을까. 3편의 연출을 맡은 조나단 모스토의 대답은 간단하다.

"2편이 개봉된 이후 속편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3편은 바로 이들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관객이 원하니 속편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터미네이터3'는 2편과 달리 고만고만한 속편의 길을 내딛게 된다.

'터미네이터3:기계들의 반란'(25일 개봉)은 10여년 전 미래로부터 파견된 강력한 T-1000의 살해 위협에서 벗어난 존 코너가 20대로 성장한 후를 담고 있다.

엄마 사라 코너가 죽은 뒤 모든 현실의 고리를 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최고의 암살기계 T-1000이 파괴되고 나서 그보다 더 발전된 형태인 터미네트릭스, 일명 T-X(크리스티나 로켄)가 그를 찾아온다.

T-X는 섹시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함께 냉혹하고 잔인한 성격을 갖고 있는 최첨단의 여성 기계로봇이다.

T-X와 맞서기 위해 인류저항군도 T-800(아놀드 슈워츠네거)을 보낸다.

3편을 가능하게 한 것은 2편에서 괴멸된 줄 알았던 스카이넷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스카이넷은 핵폭발로 인류문명의 '문을 닫게 한' 컴퓨터시스템이다.

미 국방부 방어체계 속에 숨었다가 슈퍼바이러스를 퍼뜨려 '심판의 날'을 초래한다.

언뜻 전편과의 연결고리는 그런대로 수긍이 갈만하다.

그러나 '운명은 없다'(No fate)던 전편의 절박한 투쟁과 달리 '인류는 운명론적으로 망하게 돼 있었다'로 흐르면서 긴장감이 사뭇 떨어진다.

존 코너가 우연히 만난 이가 고교동창생(클레어 데인스)이고, 그녀의 아빠가 국방부 시스템관리자이고, 그녀는 존 코너의 아내가 되고, T-800을 현재에 보낸 이가 된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도식적이다.

터미네이터와 존 코너의 서먹함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이지만, 관객의 집중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액션은 볼만하다.

화장실과 크레인차량, 격납고 등을 오가면서 벌어지는 육중한 로봇의 싸움은 스크린을 꽉 채운다.

선글라스에 집착하는 웃기는 설정만 뺀다면 아놀드 슈워츠네거의 귀환도 합격점이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2편의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

전미흥행은 개봉 1주 1위, 2주 2위, 3주 5위로 급락했다.

호기있게 돌아온 '터미네이터3'지만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옛 사랑을 재회한 느낌이다.

그래서 안타까움이 앞선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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