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많은 비를 뿌렸던 올해 장마도 끝났다.
좋다는 곳에는 벌써부터 피서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는 소식이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면 쉬려고 찾아간 곳에서 불친절에 바가지 요금으로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돌아오는 경우도 없지 않으리라.
이럴 때 가족과 함께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을 찾아 호젓하게 즐기는 것도 하나의 피서 방법.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가족애도 다질 수 있고 자녀들에게는 땀을 흘리면 어떤 기쁨을 얻을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케 할 수 있다.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와 대사리에 걸쳐 있는 천지갑산(天地甲山). 정상 해발 462m에 3시간 정도면 산행 가능한 나지막한 산이다.
하지만 정상 부근 봉우리에 올랐을 때 눈에 들어오는 풍광과 하산길 스릴감 등 산행의 즐거움은 다른 어느 높은 산에 못지 않다.
산세가 천지간에 으뜸이라해서 천지갑산으로 이름붙여졌다는 천지갑산 산행은 안동시 길안면 송사1리 마을 안쪽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최근 지겹도록 내린 비 때문에 찾는 이가 적어서인지 등산로 입구엔 잡풀이 무성하다.
제방 위에서도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세차게 흐르는 하천을 뒤로 하고 조금 오르니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은 급경사이고 오른쪽은 완경사라는 이정표가 있다.
10분 정도 더 빨리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급경사 코스에는 천사가 하늘로 올라갈 때 타는 두레박을 매는 데 사용해도 됨직한 굵은 동아줄이 매어져 있다.
---나지막한 산 울창한 노송
쉼 없이 노래를 부르는 매미 소리에 힘을 얻고, 고운 색을 자랑하는 버섯을 감상하면서 20여분쯤 오르니 왼쪽 벼랑 끝에 자리잡고 있는 노송 사이로 황토 빛을 띠고 유유히 흐르는 길안천이 조금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숲이 너무 울창해 잠시뿐이다.
모양 좋게 가지를 벌린 노송은 보는 위치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올려다 볼 때 무서운 괴물처럼 느껴지던 것이 내려다 볼 때는 잘 다듬어진 분재용 나무로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큰 가지 하나를 내줘 버린 굵은 소나무 가운데는 큰 홈이 나 있고 그 속에는 몇 사람이 목을 축이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의 물이 고여 있다.
물 속에 버려져 있는 휴지조각 때문에 마실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천지갑산 7개 봉우리 중 제3봉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곳에 올라서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태극 모양으로 굽이쳐 흐르는 길안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천에 둘러싸여 마치 섬처럼 보이는 중리산은 독 오른 뱀 머리 형상이다.
발 밑으로 펼쳐지는 인간 세상은 너무나도 보잘 것 없어 보인다.
---하산길 수직절벽 스릴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3분 정도 더 오르면 산 정상. 비구름을 멀리 내치기라도 하려는 듯 계속 강하게 부는 바람에 더위는 싹 가시지만 소나무가 분지를 빙 둘러싸고 있어 전망은 별로다.
교통표지판처럼 쇠로 만들어진 정상 이정표와 TV안테나, 이리저리 쳐져 있는 전깃줄이 조금 눈에 거슬린다.
소나무에 매어진 동아줄에 의지해 조금 내려오면 제5봉. 강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솟아있는 두개의 수직절벽 중 하나다.
올라서니 현기증이 느껴지고 맞은편에 우뚝 서 있는 절벽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이정표는 없지만 학이 둥지를 트고 놀았다는 학소대(鶴巢臺)가 이 두 개의 절벽 부근일 성싶다.
자연석 바위 위에 얇은 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모전석탑을 지나면 수직절벽 바로 옆으로 길이 나 있다.
갖가지 음색을 자랑하는 산새의 울음소리에 취해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강으로 그대로 내리 꽂힐 것 같다.
나무계단은 설치된 지 오래됐으므로 될 수 있는 한 가장자리는 밟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산 등산로는 하천으로 이어진다.
최근 내린 장맛비로 하천 물이 불어 산행객을 위해 만들어놓은 작은 철제교량 바로 밑에도 물이 흐른다.
만들어진 지 오래된 탓인지, 원래 부실공사인지 알 수 없지만 흔들거리는 교량 철난간이 산행 마지막까지 스릴을 느끼게 한다.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의성IC에서 내려 5번 국도를 타고 안동 방향으로 달리다 의성읍으로 진입한다.
의성군 의성읍 북원네거리에서 청송·안동 방면으로 직진해 점곡·옥산면을 지나면 길안면네거리. 이곳에서 영천·현서 방면으로 15분쯤 진행하면 송사교삼거리가 나오는데 이 다리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천지갑산 등산로 입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또 영천시 화남·화북면과 청송군 현서면을 지나 안동·길안 방면으로 20여분 달리다 보면 도로 오른쪽으로 천지갑산 이정표가 나온다.
▶먹을 만한 집=천지갑산식당(054-822-0467)에서는 주인이 인근 하천에서 직접 잡은 피리, 꺽지, 미꾸라지 등 여러 가지 민물고기에 감자, 무, 쑥갓 등 갖가지 야채를 넣어 얼큰하게 요리한 민물 잡고기매운탕을 먹을 수 있다.
2명이 먹을 수 있는 작은 것 2만원, 중간 크기 3만원이다.
공기밥 별도 계산.
글·사진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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