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일칼럼-지방화시대를 위한 노력

입력 2003-07-22 11:32:07

문학사를 저술하고 강의하는 것을 필생의 일거리로 삼아온 나는 이제 정년을 한 해 앞두고 새로운 작업으로 마무리를 삼는다.

한국문학사에서 동아시아문학사로, 다시 세계문학사로 나아가던 작업의 방향을 되돌려 한국문학사로 복귀하고, 한국문학사 안에서 지방문학사를 찾는다.

학문을 시작할 때 내 고향 일대의 민요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작업부터 해서 첫 저서를 내놓았다.

한국문학사를 고전에서 현대까지 통괄해서 서술한 것이 중간에 진행한 가장 큰 작업이다.

세계문학사의 전개를 두루 논해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 최근의 업적을 내놓았다.

이제 도달점에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세계화시대의 지혜로 지방화의 의의와 방향을 찾는다.

그 경과를 되돌아보면, 여러 말로 나타내고 싶은 감회가 있다.

멀리까지 나다녀본 결과 가까이 있는 문학이 소중한 줄 알았다.

자칫 하면 객사할 뻔한 위기를 넘기고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뒤늦게 찾아냈다.

시작과 끝이 같아야 한다는 진실을 많은 것을 경험하고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책 이름을 '지방문학사 서술의 방향과 과제좦라고 정했다.

외국의 선례, 국내의 작업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작업의 본보기를 보이는 내용이다.

지방문학사를 쓰는 외국 여러 나라의 선례를 인도, 중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에서 찾는다.

또 지방문학을 연구하기 위한 국내의 노력을 제주, 영남, 호남, 중부 지방, 서울 순서로 정리한다.

지방문학사에 관한 연구 작업을 구체화하는 본보기를, 제주문학, 영남문학, 호남문학에서 하나씩 제시하고, 영남과 호남에 걸친 영역인 지리산문학에 관한 논의도 할 예정이다.

책 분량이 얼마 되지 않고 또한 미완이어서, 큰 기대를 한 독자는 실망할 수 있다.

너무 먼 여정을 거치다가 여력이 모자라는 탓도 있지만, 지방문학사 자체가 완결을 거부한다.

필요한 내용을 남김없이 갖추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연구의 방향을 돌리는 것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적절한 선에서 논의를 멈추고 동참자들을 구하기도 할 것이다.

지방문학사는 지방문학의 독자적인 의의 평가를 목표로 삼는다.

지방문학사가 소중한 이유를 밝히고 작업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는 서론은 일반화해서 전개할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갖춘 실제 작업은 지방에 따라 달라야 한다.

각기 그 지방 사람들이 맡아서 서로서로 다른 방법을 문학의 유산이 지닌 특성에 맡게 개척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지방은 크게 나눌 수도 있고, 작게 나눌 수도 있어 범위가 일정하지 않다.

지방사와 지방문학사의 얽힘을 다루는 방법, 지방문학사 자체의 이해도 다양하게 마련이다.

미리 정해놓은 이론이 없는 열린 세계로 나아가는 많은 길이 있다.

문학사에 관한 탐구를 다원화해 고정된 틀을 깨는 것이 지방문학사 서술의 소중한 의의이다.

세계화와 지방화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지금의 변화이다.

그 때문에 위기에 봉착했다고 한탄하지 말자. 위기가 기회라는 평범한 진리를 공연히 되풀이해 별 내용이 없는 상투적인 언사로 삼지 말고 실제 행동으로 나타내야 한다

세계사 진행의 방향을 앞질러 보는 지혜를 가지고 지방화를 선도하는 일을 다른 어느 곳보다 앞서서 하는 실적을 내놓고 이야기하자.

당위론만 펴고 있을 것은 아니고, 전공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나는 내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어 다른 쪽의 분발을 촉구하는 발언권을 가진다.

남들이 지은 책이나 구해다 읽는 데 그치지 말고, 내 고장 사랑으로 연구를 대신하지도 말고 넓고 깊은 안목으로 여러 방면의 연구를 실제로 해야 한다.

여러 분야에서 하는 연구끼리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공동의 작업을 진행해 더 큰 것을 이룩하자. 지방연구를 서로 비교해 연구 성과를 확대하고 심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외국의 지방 연구와 국경을 넘어선 제휴도 반드시 요망된다.

연구를 위한 국내외의 협력이 유대 강화를 선도할 수도 있다.

지방화 시대를 위한 노력은 어느 한 분야에서 국한 될 수 없다.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조동일 서울대 교수 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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