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섹션 어떤 길 택할까-직업의 세계(호텔리어)

입력 2003-07-18 10:30:03

화려한 객실과 최고급 요리, 구석구석까지 깔끔하고 세련된 시설, 바닥에 깔린 카펫을 밟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 기분 좋은 날엔 누구나 한번쯤 가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호텔이다.

호텔이 주는 고급스러움과 깨끗함, 편안함에는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호텔을 움직여가는 호텔리어(Hotelier)들의 땀이 배어 있다.

"예전에 서비스를 잘 받았다며 다시 찾아와 서빙을 부탁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충실했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대구 인터불고호텔 레스토랑 '마드리드'에 근무하는 예두해(26)씨. 사람들과 만나는 게 좋아 호텔리어가 됐다는 그는 최근 대졸 사원 일색인 호텔업계에서 찾아보기 쉽잖은 고졸 출신이다.

부산 관광정보고 재학시절 실습나가면서 호텔과 인연을 맺게 됐다는 그는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부산의 한 호텔을 선택했다.

현장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접시닦기, 테이블 청소에 칵테일과 스테이크 이름 외기, 손님 접대법 등 익히고 해내야 할 과제가 매일매일 산더미처럼 몰려왔다고 했다.

"호텔에선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손톱이 길다거나 넥타이가 삐뚤어지기라도 하면 곧바로 호통이 떨어지죠. 지금 생각해도 처음 몇 달간은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10명 중 6명은 중도 탈락할 정도로 힘든 일인만큼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선 남다른 인내가 필요합니다".

멋진 건물, 근사한 유니폼에 반해 호텔리어의 꿈을 꿨다 1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루 7, 8시간 서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 머리도 맘대로 기를 수 없고, 이동할 때는 고객들이 볼 수 없는 구석진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대졸이든 고졸이든 1년 정도는 반드시 이런 인턴 과정을 거쳐야 정식 호텔리어가 될 수 있다.

접시닦기, 벨맨, 도어맨 등을 거쳐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캡틴'까지 올랐던 그가 인터불고호텔로 자리를 옮긴 것은 군복무를 마친 지난해 7월. 신망 받는 총지배인이 되겠다는 꿈이 군 생활동안 더욱 커졌기 때문. 그는 "밑바닥부터 시작하지만 끊임없는 자기 계발로 실력을 쌓는다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는 게 호텔의 매력"이라며 "패기 있는 젊은이가 꿈을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했다.

몇 년 사이 예씨처럼 호텔리어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며 고교와 대학에 관련 학과도 속속 개설됐다.

대구.경북 대부분의 대학이 호텔경영, 관광경영, 관광통역 등 호텔관련 학과를 두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전문대를 포함해 80여개 대학에 이른다.

대구정보관광고에도 관광경영과가 개설돼 2년전부터 인력을 배출하고 있으며 비전공자를 위한 학원도 적잖다.

하지만 관련 학과를 나왔다고 모두 호텔리어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숙객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 실력과 함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 두루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는 것

인터불고 호텔 이중노 총무과장은 "서비스 업종의 특성상 학력이나 자격증보다 다른 사람들과 원만하게 융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더 쓰임새가 있다"며 "영어, 일어 등 외국어 구사 능력은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라고 했다.

대구.경북의 경우 취업 전망도 밝다.

대구 인터불고호텔을 비롯, 경주의 현대.신라호텔 등 특1급 호텔만 6개나 된다.

게다가 이들 호텔이 지역 예비 호텔리어들에게 실무 경험을 쌓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여건이 좋은 편이다.

경주대 호텔경영학과 이종호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호텔업계에서도 전문적 지식을 갖춘 실무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외국어 능력을 기르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면 전문 서비스인으로서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