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섹션 즐거운 Edu-net-어린이 영어교육

입력 2003-07-18 10:30:03

영어가 초등학교 정식 교과로 채택된 뒤 조기 영어 교육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심지어 2, 3세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는 가정도 적잖다.

이런 때문인지 외국인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예닐곱살 어린이, 대학생 수준의 토플 점수를 따는 중학생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하지만 학창 시절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하고도 외국인과 대화할 엄두조차 못 내는 학부모, 무조건 남보다 잘 하기를 강요받는 어린이들에게 영어는 여전히 '배우기 힘든 남의 나라 말'이다.

우리 아이가 영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다니는 학원이나 프로그램은 적절한 걸까, 영어를 잘 하는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한 걸까, 고민투성이다.

대구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원어민 강사들과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 동안 여러 부분에서 질문을 던졌지만 그들의 대답은 거의 비슷한 방향에 맞춰져 있었다.

'쉬운 것부터 조금씩',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스스로 재미를 갖게', 결코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다.

Jayne Vincent(27.여) 캐나다, 코네스토가 대학, 유아와 초등 저학년 대상 2년 강의.

Andrew Musgrave(29)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 초등 고학년 대상 10개월 강의.

Jill Van Wager(32.여) 캐나다, 칼턴 대학, 중.고생 대상 3년 강의.

▲영어는 몇 살부터 배우는 게 적절한가

Jayne=4, 5세 정도면 집에서 카세트를 틀어주거나 간단한 책을 읽어주고, 영어 노래나 쉬운 게임을 하며 영어를 접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실처럼 짜여진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은 6, 7세부터가 적당하다고 본다.

Andrew=가급적 일찍 시작할수록 발음을 잘 익힐 수 있다.

한국어에 없는 'r'과 'l' 발음 구분, 'th' 발음하기 등은 한국어 발음 습관이 붙는 9세 정도가 지나면 대단히 어렵다.

이에 비해 복잡한 영어의 시제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구사하려면 10세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러므로 어린이들의 이해 능력과 수준에 맞춰 교육 내용과 방법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영어가 유창해지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Jill=대화가 유일한 방법이다.

기초적인 단어를 배우고 난 뒤 대화를 통해 적용법을 배우고 점차 범위를 확장시켜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Jayne=한국인들은 흠없는(perfect) 영어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는데 이게 문제다.

영어는 외국어이므로 의사소통하고, 생각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정도면 다소 오류가 있더라도 충분하다.

▲영어 교육에 대한 한국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데.

Andrew=관심을 갖는 건 좋지만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준다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부모가 자녀의 공부에 대해 깊이 연구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자녀의 영어를 유창하게 만든다는 건 그저 가까운 학원에 보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자녀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는 올바른 교육기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Jayne=학부모의 관심을 공교육이냐 사교육이냐, 학부모가 참여하느냐 돈만 대느냐로 나눈다면 한국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참여하기보다는 사교육에 돈만 쓰면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영어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최근 어학연수나 조기 유학이 유행하는데 어떻게 보나

Jayne=자체적으로는 대단히 효과적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외국에 가서도 한국인 속에서 지내고 한국어로 얘기하려 한다.

그룹으로 몰려다니기 좋아하고 영어를 잘 하는 한두 명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Jill=영어뿐인 상황에 놓여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가져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한국 교육체계는 회화가 아닌 문법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이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학교 영어교육의 문제가 거기에 있다는 것인가

Jill=초.중.고 교육 전체가 대학 입시를 향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교육도 문법 중심이다.

말을 익히면서 문법을 배워야 하는데 입시 제도와 평가에 익숙하다 보니 학교 교육도 그렇게 가는 경향이 있다.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나 사례를 든다면

Jayne=영어를 잘 하는 학생은 특별한 점이 있다.

우선 듣기 시간에 집중력이 높았다.

또 말할 때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틀리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 영어 TV 프로그램을 보거나, 영어 실력을 높이는 재미난 방법들을 항상 찾는 모습이었다.

Jill=배우고 익힌 문법을 배제한 채 학생들이 완전히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유도했더니 자신감을 갖고 의사소통도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결국 틀리는 데 대한 두려움과 부끄러움에서 벗어나야 발전이 빠르다는 것이다.

Andrew=말도 안 되는 질문을 장난삼아 마구 던져대는 학생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런 학생들이 시험 점수도 좋다는 사실이다.

말하기에 재미를 갖는다는 것은 기본적인 패턴에 그만큼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어진 질문에 기계적으로 대답하는 학생들은 장기적으로 봐서 뒤처진다.

교사나 학부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만큼 공부에 대한 열정을 잃어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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