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고물수집상 유성태씨

입력 2003-07-16 09:17:34

'운동화 뒤축 다 닳도록 오늘도 골목길 누비고 누볐다.

유리병에 녹슬은 고철, 운명처럼 질긴 인연으로 늘상 너를 찾아 다닌다…'

회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살아온 인생역정을 시(詩)로 표현하면서, 고물수집으로 가계를 꾸려 나가는게 즐겁기만 하다는 고물장수 유성태(67.거창군 거창읍 상림리)씨. 전남 장흥이 고향인 유씨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군복무를 마치고 생업 때문에 전국을 떠돌며 고물수집상을 하다 서른 되던 해에 거창에 안착한 뒤부터.

가난 때문에 고향에서 중학교밖에 나오지 못했지만 학창시절 국어선생님이 낭송하던 시를 듣고 늘 문인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마음이 가난과 고된 일과 속에서도 시에 대한 열망만큼은 잊지 못해 40여년 동안 엿장수.호떡장수.얼음장수.고물수집상 등으로 생계를 꾸리면서도 틈틈이 색바랜 노트에 쓴 시가 300여편.

그의 시는 살아온 인생경험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진솔한 내용과 문장이 단순하면서도 깔끔해 주위에선 서정시에 가깝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규 교육도 받지 못한 내가 시를 쓴다는 것은 당치도 않다"며 "그저 기분이 울적할 때 몇자 적어본 것"이라고 겸손해 하는 무명시인 유씨.

그는 "60대 후반답지 않게 너무 동안(童顔)이라 주위에서 나이를 물어오면 열살 적게 대답한다"며 "고물수집을 위해 이골목 저골목 기웃거리는 거리가 하루 30~50리다 보니 고물장사가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건강에도 좋은것 같다"며 활짝 웃는 얼굴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거창.조기원기자 cho1954@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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