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파페와 포포

입력 2003-07-14 12:30:48

우리나라의 시사(時事) 만화사서 큰 족적을 남긴 '고바우 영감'은 50년대 중반에 등장했다.

작가(作家)는 김성환(金星煥)씨.동아일보에서 처음으로 연재한 것으로 보지만 사실(史實)은 약간 다르다.

매일신문(당시 대구 매일신문)에서의 연재가 동아일보보다 약 보름간을 앞선 것으로 보인다.

작가 김성환이 대구에서 그린 것으로 판단되는 이 신문 만화는 지금처럼 4컷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는 한마디도 없는 만화였지만 한국 현대만화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 신문 만화사(漫畵史)를 쓴 윤영옥(尹暎玉)씨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는지 이 부분에 관한 기록은 빠트렸다.

▲인류가 만화를 그린 역사는 회화의 기원과 같다고 본다.

가령 지구 전체가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을 때 인간은 동굴 벽에다 벽화를 그렸고 여기서 등장하는 새와 동물등의 모습은 다분히 만화의 기본요소인 희화성을 발견한다는 게 언론학자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현대회화의 시발점을 19세기 후반으로 보고 현대만화의 시발점도 이와 거의 같은 시기로 보고 있다.

만화를 화가의 여기(餘技)로 인식한 모양이다.

우리 나라도 이와 비슷한 실례(實例)를 찾을 수 있다.

한국화의 대기였던 청전 이상범 선생이 동아일보에서 미술부원으로 근무한 것은 여기의 활용이 아닌가 싶다.

▲한국만화 '파페 포포 메모시리즈'가 10, 20대 사이에 돌풍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해 10월에 출간된 이 만화가 50만부 가량이 팔렸다고 하니 우리 만화사에 한 획을 구축 할 것으로 보인다.

만화계서 통상 1만부만 나가도 '대박'으로 친다는데 수십만부가 팔렸다면 엄청난 일로 볼 수밖에 없다.

'파페 포포…'는 첫사랑의 추억을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흔히 상처로 끝난다는 첫사랑에 대한 가슴저린 기억을 건드린 작품에 공감대 형성이다.

순수한 사랑을 바라는 젊은 세대들의 욕구의 표현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순정(純情)에의 몰입도 보게된다.

▲만화는 문자와 이미지의 융합매체로도 분류 할 수 있다.

특히 신문만화(4컷)는 간결한 언어구사로 독자들을 사로 잡는다.

'파페 포포…'의 성공요인을 언어의 생략(省略)과 긴장으로 보고있다.

신문만화의 수준을 능가하는 명쾌한 언어선택이 젊은이들의 감성을 헤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늘 하는 이야기인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는 말을 문자로 인쇄하고 희화성그림이 곁들여져 다가서면 '공감의 융합'이라는 생각도 든다.

청년 '파페'와 착한아가씨 '포포'의 언어생성을 정치인들이 관심가져야 사회가 제대로 될 것이다.

정치자금을 둘러싼 여권의 작태나 야당의 침묵(?)을 파페와 포포는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안할까.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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