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는 육교가 점포가 기준으로 180억원의 값어치를 지니며, 재래시장의 불황을 넘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대구시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입구엔 '동산육교'로 불리는 구름다리가 있다.
동산병원쪽에서 서문시장으로 가장 손쉽게 건너갈 수 있는 이 육교는 장마철인 요즘도 이용객들이 많은 편인데 행인 가운데 30% 정도는 상가 2층으로 직행하고 있다.
육교가 동산상가 2층과 연결돼있고, 상가 입구는 Y자형이어서 육교폭보다 넓어 사람들이 출입하기에 편리하게 돼 있다.
서문시장 맞은 편 버스정류장이나 택시승강장에서 내린 사람들도 대부분 육교를 통해 시장으로 건너오고 있다.
육교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멀리 떨어진 대신지하도나 횡단보도로 둘러서 길을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이 '동산 육교'가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문시장의 상권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장마철엔 육교를 통해 동산상가-'만남의 광장'-4지구-2지구-1지구 등 다른 지구로 비를 맞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아케이드 통로'로 연결돼 있어 손님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있다.
'동산 육교'는 상가의 점포가격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가번영회는 동산상가 3층 가운데 2층이 가장 비싸며, 1층보다 평당 4천만~5천만원 더 줘야 살 수 있다고 말한다.
3층도 1층보다 1천만~2천만원 비싼 편인데 육교가 없을 경우와 비교해서 평당 3천만~4천만원 정도 값이 더 나간다고 한다.
2, 3층 상가가 1층 상가보다 더 비싼 특이한 케이스다.
현재 동산상가의 점포는 주방용품·그릇도매부의 지하 71개, 아동복·액세서리·잡화 등 1층 171개, 숙녀복·남성복 위주의 2층 226개, 캐주얼 웨어·토털 의류 중심의 3층 224개로 구성돼 있다.
2, 3층의 점포 450개의 가격이 평당 4천만원 더 비싸다고 볼 때 육교의 가치는 180억원이나 되는 셈이다.
82년 건설된 '동산육교'는 값어치만큼 많은 사연을 지니고 있다.
1976년 서문시장 화재로 소실된 3지구가 '만남의 광장' 자리에서 현재의 도로변으로 옮기면서 동산상가로 개명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육교설치가 논의됐다.
육교 설치의 산파역을 담당한 당시 2층 번영회장 윤용선(72)씨는 "그 시절 상인들은 상권기반이 든든한 3지구를 떠나면 죽는 줄로 알고 모두 이전에 반대했는데 육교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옮기는데 동의했다" 고 말했다.
하지만 동산상가 조성후에도 육교가 설치되지 않아 가게마다 개점휴업 상태로 떠나는 상인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윤씨의 결단으로 연합회장과 협의한 뒤 직접 내무부를 찾아가 육교건설의 구두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했고, 상인들의 민원을 우려한 내무부가 대구시와 상인들이 절반씩 부담하는 조건으로 육교를 승인했다.
윤씨는 "당시 2층 상인들이 점포 1평당 10만원씩 총 3천300만원을 분담했고, 어려울 때 상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대구시와 함께 건설한 육교가 이제는 보물이 됐다"고 덧붙였다.
육교 건설후 교통흐름이 원활해지고, 교통사고도 대폭 감소했으며, 상권형성과 함께 점포가치도 엄청 뛰어올랐다.
김근석 현 동산상가번영회장은 "재래시장의 불황이 심한데도 상대적으로 동산상가가 영향을 덜 받는 것은 바로 보배 육교 덕이다"고 말했다.
민병곤기자 min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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