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애견' 가게 이헌승(29)씨는 직장 입사에만 목을 매는 고학력자들에게 취업만이 능사가 아님을 가르쳐 주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 냈다.
영남이공대 섬유디자인과를 1997년 2월 졸업한 그는 오라는 직장도 있었지만 마다하고 그해 6월 대구 대봉교 옆에 5평짜리 강아지 파는 가게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애견점은 대중화 하지 않았던 창업 아이템. 수요도 그리 많잖아 곧 망할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가 쏟아졌다.
"멀쩡한 젊은 녀석이 취직이나 하지 웬 개장수냐?"는 삐딱한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런 입방아는 헛방아로 그쳤다.
이씨는 창업 6년만에 월 1천만원 넘게 버는 고소득자로 올라섰다.
좁디좁은 가게지만 월 매출이 2천만원을 넘는다.
단골로 관리하는 사람만도 3천여명. 그의 가게 인터넷 사이트는 조회수 기준으로 전국 애견 사이트 3위 안에 든다.
가게는 대구에 있지만 인터넷 덕분에 전국에서 유명한 애견점으로 떴다.
고객의 절반은 대구·경북 이외 지역 사람들. 인터넷으로 강아지를 주문하면 콜밴·비행기로 집까지 데려다 준다.
그 사이 수억을 벌었고 청도에 애견 키울 집 지을 땅도 400평이나 사뒀다.
보통 사람들이 평생 해도 이루기 힘든 일을 이씨는 20대에 이미 이뤄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강아지를 키웠습니다.
덕분에 강아지와는 자연스레 친해졌지요. 그러다 대학 졸업 직전 인터넷 서핑 중 일본의 애견 사이트를 만나게 됐어요. 아, 이런 문화가 있구나 싶었어요. 그 때만 해도 대구엔 애견문화란 게 사실 없었거든요".
이거 하면 되겠다 싶어 일단 강아지 공부를 시작했다.
대구시내 도서관을 돌며 애견 관련 책을 모조리 읽었다.
틈만 나면 인터넷을 통해 외국의 애견문화를 연구했다.
준비 기간은 반년 가량. 그리고는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모아뒀던 2천500만원을 투자했다.
고교 시절부터 가수로 활동하며 음반을 2집까지 낸 경력을 가진 이씨는 대학 때는 노래를 불러 월 수백만원씩 벌어 뒀었다.
그러나 개업 첫달 매출은 50만원에 불과했다.
참담한 일. 문 닫을 생각까지 해야 했다.
그 이후 한참 동안도 매출은 제자리걸음. 밤이면 라이브 카페 등에서 노래를 불러 번 돈으로 적자를 메꿨다.
"돌파구를 만들려고 웹디자인을 혼자 공부해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한번 다녀 간 손님은 개껌 한통 사간 사람이라도 소중히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만에 인터넷 사이트가 확 피어올랐다.
그리고 공들였던 손님들이 입소문꾼을 맡아 줬다.
손님이 늘기 시작했고 창업 2년만에 가게가 제자리를 잡았다.
사회 변화도 가게 매출 신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핵가족화, 출산율 저하 등으로 '강아지 가족'을 원하는 사람이 폭증한 것이었다.
드디어 '애견 산업'이란 단어까지 등장했고 그 규모가 6조원까지 커졌다고 했다.
사회 변화를 제대로 내다본 셈.
"강아지는 반려동물입니다.<
사람들이 가족처럼 여긴다는 것이지요. 그런 사회 여건에서는 강아지에 대한 투자가 자연스레 늡니다.
비싼 강아지를 사고 옷 사 입히고 좋은 음식 먹이고 미용까지 신경쓰는 세태가 이미 일상화되지 않았습니까?"
이씨는 가게 매출의 절반 가량이 강아지 미용비라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부문에 주력할 예정. 이 일은 관련 자격증을 갖춘 아내 유은영(29)씨가 전담한다.
2년 전 결혼한 아내를 만난 것도 이 일을 통해서였다.
"힘든 점도 물론 있습니다.
우선 생물을 다루는 직업이다보니 휴일이 없습니다.
일년 365일 가게문을 열어야 합니다.
강아지 밥 주고, 변 쳐내려면 매일 문을 열지 않으면 안되지요". 개한테 물리기도 한다.
강아지 털도 많이 마셔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는 성공 뒤에는 항상 고통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초보 창업 아이템으로는 애견점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애견점이나 농장 등에서 조금만 강아지 공부를 하면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얘기.
"반면 일반적으로 창업에서 유의할 점은 먼저 새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는 겁니다.
붐이 일지 않은 창업 아이템을 선택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남과 다른 것을 해야지, 비슷한 것 하면 수익이 줄 수밖에 없지요".
이씨의 꿈은 청도에다 애견 라이브 카페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곳에 땅을 사 둔 것도 그 때문. "강아지도 구경하고 생음악을 곁들여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습니다
고교 시절부터의 꿈인 가수에도 다시 도전해 보고 싶기때문입니다". 053)744-6988.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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