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사람이 보는 대구

입력 2003-07-12 08:40:56

대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학(계명대 국문학과)에 진학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그럭저럭 30여년간 대구를 넘나들며 가까이서, 때로는 밖에서 대구를 지켜보고 있다.

70년대 허허 벌판이었던 지역에 고층 아파트단지가 빽빽이 들어서는 변모 양상과 재래식 섬유산업이 대구를 상징하는 첨단산업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 자동차부품산업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을 잘 봐왔다.

한적했던 동아·대구 백화점거리가 지금은 평일에도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인파가 붐비는 대구. 단과대학에 불과했던 지역의 사학들이 종합대학으로 승격하면서 교육도시로 새로운 면모를 갖추어 가는 과정을 대학에 몸담고 있는 관계로 더욱 잘 알고 있다.

나는 대구에서 강의를 갈 때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버스나 택시를 탈 때마다 도심지는 말 할 것도 없고 외곽인 서부·남부 정류장 부근을 비롯 두류산로와 성서 IC에서의 엄청난 정체현상은 짜증을 넘어 울화가 치밀 정도이기 때문이다.

시민 대부분이 자가용을 타고 나오니 교통량은 넘칠 수밖에 없고 새로운 도로가 나거나 확장포장이 돼도 주차장화됨은 물론, 불법 주차는 이제 상습화됐지만 턱없는 인력 부족으로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질 않는다.

또 시내버스 안에서는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를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데 이러한 현상은 시민의식의 결여에서 오는 것 같다.

수없이 많은 고층 아파트단지나 빌딩이 치솟고 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녹지공간은 턱없이 부족한게 문화도시임을 자부하는 대구의 현실이다.

특히 U대회를 유치해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대구·경북을 홍보하려는 지금, 이러한 현상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려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공간이나 복지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30여년간 대구가 현대적 도시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 보았기에 이제는 대구시나 시민들은 물질문화보다는 정신문화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될 것으로 본다.

박종섭(계명대 평생교육원 거창학습관 초빙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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