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방송 저 TV에서 다룬 어느 중년 재혼부부의 금실이 화제다.
이름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닭살 커플. 각기 이혼 10년, 20년의 아픔 끝에 몇달전 결합한 56세 남자와 45세 여자는, 서로를 '선생님'이라 존칭하며 유별날 정도로 살가운 애정을 주고 받아, 여차하면 갈라서는 '이혼 전성세태'에 여운을 던졌다.
가정이 깨지는 아픔을 겪고 긴 세월을 돌아 나와서야 비로소 부부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만각했다는 고백이 일단은 울림을 주었지만, 그런 깨달음 위에 선 두 사람의 사는 법이 특히 화제를 불렀다.
갈등의 뿌리는 획일성.동일성
시인 겸 동화작가인 남자는 올 봄 어느 잡지에 공개구혼장을 냈고, 여자는 650대 1의 경쟁을 뚫었다.
처음에야 누군들 콩깍지가 눈에 끼지 않겠느냐만, 좀 별난 구석도 있는 망(望) 60의 남자와 이미 장성한 두 딸을 둔 여자는 꼭히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이미 세상물정을 알 만한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마음을 연 것은, 각자 살아온 방식에 대한,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의 자세였다.
굳이 자기스타일을 강제하지 않고 서로를 흥미롭게 받아 들이는, 일종의 '그대로 두라(Let it be)'주의 같은 거였다.
이를테면 남자는 멸치젓을 듬뿍 넣은 김치를 손수 담가 따로 먹는 것을 여자는 재미있어 하고, 남자는 한 여름에도 두꺼운 이불을 덮는 여자를 재미있어 했다.
이 재혼커플의 사랑방정식은 바로 '다름의 인정'인 것이다.
흔히 결혼생활은 '치약 짜는 방식'부터 부딪치기 시작해, 끊임없는 '동일화 충돌'로 상처입고 심드렁해 진다고 한다.
물론 지지고 볶으며 정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 선상에서 볼 때 이 재혼부부의 사는 법이 특별히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이다.
이 부부가 보여주는 금실의 요체는 중국 고전이 가르치는 '같음을 좇되 다름은 남긴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가 아니겠는가. 거대한 인구와 영토를 아우르는 중국의 통치철학이요, 중국 특유의 외교전략(WIN-WIN)이 이 부부의 사는 법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 대다수 갈등의 근저에는 다름을 인정않으려는 획일성.동일성.단일성 지상주의가 뿌리박혀 있다.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면서 일사분란과 독점지배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반대가, 자유시장은 경쟁이 전제조건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 즉 존이(存異)정신의 결핍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후진성과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혼혈아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지금같은 세계화시대에 여전히 혼혈아들이 집단따돌림을 당한다는 것은 정말 국제사회가 비웃을 얘기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간 이하 대우도 우리사회의 옹졸함이다.
미국의 힘이 다양성을 포용하는 이민정책에서도 나온다는 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우리의 정치사는 항상 여야가 서로를 인정않으려고 으르렁댔다는 기억밖에 없다.
그래서 끼리끼리의 붕당정치란 비난이 늘상 따라 다니고 있다.
현 정권의 행태도 다를 바 없다.
지금도 코드 타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의 코드에 따라 피아(彼我)를 구분하고 사람을 중용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자신들과의 다름에 대한 배척이다.
그것은 소외를 낳고 반감(反感)을 대량화.집단화 하기 마련이다.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국민통합과 거리가 먼 것이다.
노 대통령이 공무원을 향해 '나에게 줄을 서라'고 외치는 것도 어쩐지 '존이'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노 대통령에게 기대한 '탈권위'와도 배치하는 것 같다.
조.중.동 '대통령과 전쟁' 멈춰야
그처럼 다름을 인정않는 듯한 노 대통령의 언동은 '언론과의 전쟁'에서 극명해 보인다.
이른바 조중동에게는 작심하고 적대감을, 몇몇 특정매체에는 무턱댄 편애를 보이는 데서, 언론도 줄을 세우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론은 본시 비판을 먹고 자라왔다.
비판은 다름의 한 형태다.
그런 언론에 대해 쓴소리는 외면하고 단소리만 반기면 큰 정치인 소리는 듣기 어렵다.
노 대통령도 본심은 '나와 다른 생각을 관용하는' 그런 사회를 꿈꾸는 것이리라 믿고 싶다.
그런 다름을 인정해야 리더십의 덕목인 커뮤니케이션과 조정도 빛을 발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른바 조.중.동도 '대통령과의 전쟁'을 멈추어야 한다.
자기들은 비판의 자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 정권에 대해 '사감을 뺀 신문'을 제작하고 있는지, 부끄럽게도 정부의 개입을 부른 신문시장은 누가 더럽힌 것인지, 거기에 대해 조.중.동은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전쟁은 오로지 승리만이 선인데, 과연 어느 한쪽인들 죽으려 하겠는가. 이 어려운 시국을 생각않으면 결국 '둘다 똑 같다'는 국민적 비난만 높아질 뿐이다.
이 쯤에서 평정을 찾았으면 좋겠다.
지금 상황은 대통령이든 조.중.동이든 무조건 물러서는 쪽이 승자다.
국민들은 그 한쪽에서 '존이'의 깊은 통찰을 읽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바라기는 노 대통령의 이번 중국 여정이 구동존이의 철학을 확인한 길이었으면 싶다.
김성규(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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