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나라 한국유학 2천년-무비판적 '주자일존'에 저항

입력 2003-07-11 09:14:22

'유학'으로 이야기되는 '공맹(孔孟)의 학문'은 우리나라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한(漢)나라 이후 유교를 국시로 내세웠던 중국의 영향때문이지만 조선왕조 500년 동안의 철저한 유학숭상(엄밀히 말하면 주자의 성리학) 기조는 아직까지도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중요시하는 유학은 우리나라에서 어떤 모습과 구조를 갖고 있는가? 재일 사학자 강재언(교토 하나조노대 객원교수)씨의 '선비의 나라 한국유학 2천년'(한길사 펴냄)은 우리나라 유학의 뿌리부터 현재까지를 조명한 책이다.

그러나 '한국유학 2천년'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지은이는 우리나라 유교의 뿌리를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린다.

'일본서기'나 중국의 '주서', '구당서' 등 중국과 일본의 텍스트를 분석해 백제의 오경박사가 상당한 지식수준의 유학자라고 풀이하고 있다.

신라의 경우 원광법사의 세속오계나 화랑도의 율법 등을 통해 불교와 유교의 상생적 관계를 유추해 내고 있다.

'유학사(史)'라는 형태를 갖고 있어 이 책은 딱딱할 수밖에 없지만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뒤집어보는 반란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재미를 준다.

암흑시대라고 말해지는 고려의 무인정권을 몽골의 침략에 저항해 국권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재평가하고 있으며 송시열이 주도한 '사상의 교조화'에 반기를 든다.

또 실용을 무시한 관념론이나 명분주의도 비판을 받는다.

송시열의 북벌론은 '현실을 무시한 인종적 편견'으로, '부국강병보다 인의의 도가 어렵다'고 말한 전기 사림파의 영수 조광조의 말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나타났듯 인의의 도로 나라를 지키기 힘들다고 반박한다.

나아가 정도전, 세조, 신숙주, 광해군 등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인물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정치이념과 업적 등을 통해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지은이는 머리말을 통해 '주자일존(朱子一尊)'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유교사 연구 풍토와 이로 인해 다양한 가치관이 정통과 이단의 싸움으로 귀결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저항감을 품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결국 지은이의 '한국유교사 뒤집어 보기'가 되는 셈이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