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더운 여름날 나는 앞을 못 보는 친구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시원한 우유를 마시고 싶다고 말하자 친구는 마신다는 말은 알겠는데 우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우유란 흰 액체라고 대답하자 친구는 또 액체라는 말은 알겠는데 희다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백조의 날개 빛과 같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다시 날개는 알겠는데 백조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목이 굽은 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또 목은 알겠는데 굽은 것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그 친구의 팔을 휘어잡고 굽었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제서야 친구는 알았다는 듯이 손목과 팔꿈치를 꺾은 팔을 흔들어 보이며 우유가 이런 것이구나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얼마나 답답한 세상인가를 깨닫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동맥경화증에 걸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구성원간에 피곤함과 짜증만 오가고 말이 아닌 폭력이 난무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글 ①과 ②를 비교해 봅시다.
① '우리 아기는 매우 예쁘지요. 아주 아주 아주 예쁘지요. 정말 정말 예쁘지요' ② '신규야 부르면/코부터 발름발름 대답하지요.//신규야 부르면 눈부터 생글생글 대답하지요.' 아기가 예쁘다는 표현으로 어느 것이 더 실감이 납니까? ①은 상투적 설명조의 말로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아기가 얼마만큼 예쁘냐고 묻는 말에 '정말, 정말, 아주, 아주' 예쁘다는 대답만 하는 대화구조는 위의 예화 내용과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박목월 선생님의 동시 ②는 시의 어법인 이미지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아기의 예쁜 모습을 금방 떠올리며 미소짓게 합니다.
이처럼 시의 언어는 운율, 심상, 상징, 알레고리, 반어, 역설 등의 방법으로 창의력을 키우고 상상력을 확대하여 의미의 풍부한 잉여 가치를 생산해 냅니다.
따라서 시의 어법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면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질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물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개인의 정체성도 분명해지고, 사회도 아름답게 가꾸어 갈 수 있습니다.
'시를 모르면 마치 담벽을 마주 대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牆面而立也與)'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 공부는 세상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고속도로 닦기입니다.
김동국(아동문학가.문성초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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