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산업의 중심축 성서공단 르포

입력 2003-07-09 09:24:31

대구시 서쪽에 자리한 성서산업단지.

'성서공단'으로 알려진 이곳은 84년부터 1차단지 조성사업이 시작된 후, 2차단지(88년), 3차단지 1단계(94년), 3차단지 2단계(97년) 등을 조성했고, 내년부터 월배 비상활주로 터에 4차단지를 조성할 예정으로 입주기업 심사를 벌이고 있다.

총 308만평의 부지에 조성된 성서공단에 입주해있는 기업은 1천600여개에 고용인원은 4만4천여명으로 대구 경제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산업구조를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으로 개편하기 위해 대구시는 성서 3차단지에 '벤처산업단지'를 조성했으며, 입주를 원하는 기업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4차단지에도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한다.

경부, 구마, 중앙, 88 고속도로 등에 접근성이 높지만, 늘어나는 주민과 대형 할인마트 등으로 성서공단 진입로는 항상 체증을 겪어 원활한 생산활동의 걸림돌이 되어왔다.

곧 분양될 4차단지 7만2천평에 대해 국내외 788개업체가 참여, 분양면적의 25배가 되는 136만평을 신청했다.

(2003년6월11일자 본지 9면 참조) 국내기업의 경우 781개 업체가 124만평을 신청해 분양면적을 기준으로 25.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도심에 위치해 인력수급이 원활하고, 경부, 88, 구마, 중앙 등 4개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라는 점이 기업들의 입주의욕을 크게 높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거기에다 분양가가 평당 60만원대로 비교적 싼 편에다가, 최근 몇년동안 공단조성이 없어 공장용지가 크게 부족했던 점이 분양 '과열'현상을 부추겼다.

▨저가 공급과 투기 논란

대구시는 성서3차단지내 공업용지의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산업지원시설용지, 특히 상업용지의 분양가(평당 120만원)를 높게 책정했다.

공장용지의 경우 평당 40만원대라는 초유의 분양가로 인해 투기 세력이 몰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공인중개사는 "투기세력 차단을 위해 대구시가 여러가지 대책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편법을 통한 투기행위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투기자체를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매계약을 통해서 5년간 매매를 금지해 놓았지만, 그 정도로 투기세력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성서공단의 경우 입지요건이 상당히 좋아 수요가 많다.

분양이 결정되면 땅값이 갑절은 뛰는데, 당연히 투기세력이 군침을 흘리지 않겠냐?"고 했다.

500평 이상만 신청가능한 3차단지의 경우, 분양받은 땅을 통해 평당 50만원씩의 차액을 챙긴다고 해도 수억원은 간단히 챙길수도 있다는 것.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그래도 '어쩔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여러가지로 어려운 가운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공장용지 저가공급정책은 당연하다는 것.

ㅅ업체의 문모 부장은 "투기세력은 막아야겠지만 제조업체를 살리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시 정책을 지지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정과정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면 투기세력은 줄어들 것"이라며 투기세력을 솎아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ㄱ업체 관계자는 "투기로 인한 비밀거래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러나, 그때문에 공장용지 저가공급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곤란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기업체들의 생산활동을 돕기 위해 공장용지를 저가로 공급하는 것은 비단 대구시의 정책만은 아니다.

2001년 분양이 완료된 창원산업단지의 분양가는 평당 57만2천원, 부산이 조성중인 과학산업단지 분양가는 평당 6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업용지 꼭 필요할까

성서3차단지 110만평 중 상업용지는 9만평(8.19%). 이중 5만평이 모텔용지로 허가가 났다.

60개가 허가났지만, 모텔 건립이 늘면서 사업자들이 뜸을 들여 현재는 35개가 운영중이거나 건축중이라는 것이 한 부동산중개업자의 얘기다.

ㅅ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상업용지 없이 공단을 조성하면 분양가는 올라가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업체들이 크게 부담을 느끼진 않을 거다.

차라리 상업용지를 공업용지로 돌려 더많은 업체들이 입주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면서 3차단지 내 상업용지의 규모에 의문을 제기했다.

모텔이 마구잡이식으로 들어와 시설지원용지로서의 의미를 무색케 만들었다는 얘기다.

전체 5만평중 일부는 공업용지로 돌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ㅅ업체 문모 부장도 "성서공단 부지 조성사업의 본 취지가 공업용지난 해소라면 공업용지를 더 확보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야 부지가 쌀수록 좋겠지만, 각 업체들이 조금씩만 부담을 더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더 많은 제조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ㄱ산업의 최모 대표는 "상업용지 내에 음식점이나 숙박업소를 이용해 손님접대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도 "입주업체들에게 더욱 도움될 수 있는 시설들도 많은데, 모텔 위주로 조성이 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춰 업체들을 유치하려다 보니 상업용지가 커진 면은 있지만, 성서공단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니다"면서, "4차단지에는 근린생활시설용지 5천평으로 상업용지를 최소화해 입주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시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이춘근 연구기획실장은 "지원시설용지 내에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업용지는 그 규모를 최소화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녹지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단지 심사 어떻게 되고 있나

시는 성서4차단지 분양과정에서의 문제발생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기술, 경영 등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구광역시 유치기업평가위원회(15명)를 새로 구성해 입주대상기업을 심의중이다.

사업의 기술성, 성장가능성, 실현가능성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 객관성 있는 평가결과를 토대로 심의, 전체 지원기업 788개 가운데 90%를 탈락시키고, 1차로 그 10%인 77개 업체(국내 74개, 외국 3개)를 선정했다.

8일 현재 1차 통과기업을 대상으로 2차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 주중 3차위원회를 소집해 심의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사업은 12월중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심의를 통해 선정된 첨단산업이 유치됨으로써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에 공장을 세우려고 해도 땅이 없다.

공장용지난을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성서4차단지 조성사업을 비롯해서 추가 공단 조성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기업인들은 요구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갖고 있던 공장부지는 팔아서 아파트 짓고, 또다시 공단에 입주하려고 신청하는 업체가 있나하면, 정말 제대로 기업을 할까싶은 업체도 입주를 신청한 것으로 안다.

입주업체선정 과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돼, 대구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해야할 것"이라며 대구시의 공정한 심사를 당부했다.

대구시 이진훈 경제산업국장은 "앞으로도 공단조성원가에 금융비용정도만 부담하면 입주할 수 있는 저렴한 공단을 계속 조성하여 지역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돕고, 지역의 총생산을 높여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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