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칼럼-섬은 바다 위에 외롭게 떠있다

입력 2003-07-09 09:24:31

나는 항구도시 통영에서 나서 자랐다.

나의 생가(生家)가 있는 곳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남망산(南望山)이라고 나직한 산이 있었다.

자주 나는 이 산을 오르내리곤 했다

그런데 이 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과히 절경이라 할 수 있다.

가까이는 한려수도가 그린 듯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는 멀리 남태평양이 아물아물 얼굴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 사이로 점점이 크고 작은 섬들이 떠있다.

물론 무인도들이다.

지금도 그 정경은 그대로일게다

나는 간혹 생각한다.

섬은 외롭지 않을까 하고~. 섬은 바다 위에 떠있기는 하나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언제나 제 홀로 거기 못박혀 있다.

어디로 가고 싶어도 물에 몸을 한번 푹 담그고 싶어도 그러지를 못한다.

숙명적으로 그(섬)는 외톨이고 요지부동이다.

나는 섬을 빗대어 자유를 생각해 보는 때가 있다

자유는 늘 섬처럼 외롭다고, 섬처럼 함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한다고~.

실존주의 철학을 배경으로 문학을 시작한 현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두 작가 사르트르와 카뮈가 연상된다.

사르트르는 철학의 장(場)으로 문학(소설과 희곡)을 택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는 문학(소설과 희곡)을 통하여 자기의 철학을 전개해 간 철학자 소설가(또는 극작가)라고 할 수 있다.

카뮈도 이점에 있어서는 동궤(同軌)의 인물이라고 해야 한다.

두 사람이 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철학도다.

이 두 사람이 다같이 문학의 출발점에 있어 자기들 문학의 주제로 선택한 것이 바로 자유다.

사르트르에게는 '자유에의 길'이라는 제목을 단 소설이 있지 않는가? 카뮈의 출세작 '이방인(異邦人)'은 시종 자유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사르트르는 어디선가 지옥은 바로 타인의 눈이라는 뜻의 말을 하고 있다.

우리가 남과 함께 살고 있다는 그것이 바로 지옥이란 말이 되겠다.

그는 또 타인의 나를 보고 있다.

남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치느냐를 늘 의식하면서 우리는 현실을 살아야 하고 실지로 그렇게 살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인간은 서로가 타인의 자유를 늘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카뮈는 '이방인'에서 뮈르소로 하여금 사람을 죽이게 한다.

그(뮈르소)가 법정에서 하는 말이 참으로 수수께끼와도 같이 얼른 납득이 가지 않을 그런 것으로 들린다.

그는 '태양이 사람을 죽이게 했다'고 하고 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사막의 찌는 듯한 더위를 머리에 이고 길을 가야 하는데 자기의 앞을 가로막고 적의를 품은 아라비아인이 노려보고 있다.

그 아라비아인은 얼마 전에 크게 다툰 일이 있는 패거리 중의 하나다.

그(뮈르소)는 상대로부터 살의(殺意)를 느꼈음일까 저것이 바로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자 권총을 빼들고 그(아라비아인)를 쐈다.

나를 지키기 위하여는 나를 위협하는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정을 또한 다르게 말한다면 내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는 남의 자유를 어쩔 수 없이 빼앗게 된다는 것이 되기도 한다.

자,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말하자면 자유란 외롭고도 외롭다는 것이 된다.

내 혼자다 하는 존재의식(또는 감각) 그것이 자유에 대한 정의라고도 할 수 있다.

바다 위에 외톨이로 떠있는 섬과 같다고나 할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산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며 산다는 것이 된다.

자유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깊이 깊이 깨달아야 할 것 같다.

노무자가 자기의 자유를 내세울 때 기업가는 거기 대항할 수밖에는 없다.

전교조가 자기의 주장(자유)을 내세울 때 교총은 또 교총대로 자기의 주장(자유)을 내세워야 한다.

왜 어떤 코드만 코드냐고 따지고 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다른 코드도 얼마든지 있지 않느냐 말이다.

코드를 고집하다 보면 코드끼리 충돌하기 마련이다.

이 이치는 산술에 속한다.

참으로 어리석다.

우리사회(대한민국)가 하루아침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느냐? 어리석어라. 최소한 백년은 더 기다려야 하리. 하루아침에 되리라는 어린애 같은 옵티미즘은 그야말로 하루속히 청산해야 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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