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인간의 自充手

입력 2003-07-08 16:50:57

시드니에서 북동쪽으로 1천600㎞ 떨어져 있는 호주령(領) 작은섬 '노퍽 아일랜드'주민들은 지난해 8월 호주정부가 200만달러의 예산을 지원, 이섬에 휴대전화 보급을 위한 통신망 구축사업을 하려하자 주민들은 투표로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다.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주는 편리함보다는 대자연속의 삶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자신들이 기꺼이 거부한 문명의 이기 목록에 '휴대전화'를 추가한 것이다.

인구 2천명의 이섬엔 80년대 중반에야 겨우 TV가 들어온게 고작이고 '과거여행'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여행객들만 연간 4만명이 찾는 '깨어있는 원시섬'이 아닌가 싶다.

이들 섬주민들이 거부한 휴대전화 유해론은 그동안 학계에서 끝없이 제기됐고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은 그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말하자면 '무공해 문명'을 위해 자구노력에 기술과 자본을 적극 투자하지만 과연 '문명의 유토피아'가 가능한가는 의문이다.

특히 휴대전화 유해론중 최근 가장 쇼킹한건 스웨덴의 어느 대학에서 제기한 '치매위험'논문이 아닐까 싶다.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수십년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한 어린세대들은 그 전자파가 뇌속의 알츠하이머 병인(病因)을 자극, 중년이후에 집단적으로 치매 등의 뇌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급적 짧은 통화를 권고한다.

문명의 이기에 의한 인체유해론은 비단 휴대전화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편리함'의 작용엔 반드시 '반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라는데 있다.

대표적인 게 '복제인간'이 지금 의학적인 필요에 의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그 윤리성차원이 아니라도 심각한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그건 인간복제기술이 한껏 발전되면 결국 '복제인간들'이 스스로를 복제하는 기술까지 겸비하게 돼 결국 그걸 만든 인간들이 멸망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 우주과학자 '마틴 리스' 교수는 인류멸망의 확률이 수백년전의 20%에서 50%로 급증했으며 머잖아 인간들 자신에 의해 멸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의문이 결국은 과학의 발전을 가져오면서 자연재해에 의한 지구멸망보다 바로 인재(人災)에 의해 먼저 멸망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이 좀 더 편리해지려고, 더 오래 살려고, 건강하게 살려는 노력의 결실인 문명의 발달은 결국 인간을 망가뜨리는 자충수(自充手)가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휴대전화 문명을 거부한 호주형 섬나라 노퍽아일랜드 주민들이 일찍이 현명한 선택을 했고 세계 어느 부자나라보다 행복한 삶을 누린다고 부러워할 날이 머잖을 것 같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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