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구 신천동 (주)서방 건물 옥상은 등나무로 덮여 있다.
옥상 둘레 화단에도 소나무, 향나무, 백일홍, 장미, 단풍, 석류나무 등 각종 나무들이 빼곡하게 심겨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옥상을 빽빽이 덮은 등나무 잎들은 뜨거운 태양열을 막아주고 공기도 정화시켜 준다고 한다.
등나무 그늘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때문에 이곳은 직원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인기다.
봄엔 등나무꽃 향기가 온 동네에 진동한다고 한다.
이충문(63·동구 효목1동)씨의 옥상엔 화단 겸 채소밭이 가꿔져 있다.
고추, 토마토가 탐스럽게 열려 있다.
지난해 대구시의 옥상녹화시범사업때 지원받아 만든 것이다.
깻잎, 파 등 각종 채소와 연산홍 등 꽃나무들도 수십개의 화분에 심겨 있다.
이씨는 "보기에도 좋고 운동 및 소일거리도 돼 참 좋다"며 "특히 여름철엔 옥상에서 전달되던 뜨거운 열기가 훨씬 줄어 확실히 시원해진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백금화(41·여·동구 신암1동)씨도 "옥상 정원 및 채소밭에서 재배되는 무농약 채소와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고, 가족간의 유대관계와 아이들 교육에도 효과 만점"이라고 말했다.
도시 구석구석까지 콘크리트 고층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고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위엔 꼬리를 문 차량들이 시커먼 배출가스를 내뿜으며 달린다.
푸른빛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온통 회색빛 콘크리트 세상이다.
콘크리트에서 내뿜어지는 복사열은 도시내 온도를 높이고 지구 온난화를 부추긴다.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도시내 온도 상승에 따라 에너지 사용량도 증가하고 대기오염이 심화되는 등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옥상녹화란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충분한 녹지공간 확보가 필요하지만 장소 및 예산 문제 등 걸림돌이 많다.
녹지공간 조성 사업비는 물론 도심에서 녹지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선 엄청난 부지매입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녹화공간 확보와 예산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틈새 녹화' 사업인 '옥상녹화'다.
옥상녹화는 기존 건물의 방치된 콘크리트 옥상을 이용,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을 만들고 채소밭을 가꿔 자연생태 복원 및 도시 경관을 회복시키자는 것. 대기질 개선, 온난화 방지, 나아가 에너지 절약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어지럽혀진 옥상을 청소,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녹색 휴식 공간도 제공한다.
건물 온도를 낮춰 냉·난방비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소음 흡수, 도시 열섬화 완화 및 빗물의 동시 유출을 억제, 도시홍수를 예방할 수도 있다.
초기강수에 포함된 오염물질 여과로 하천수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또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 공기 정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상녹화 실태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우 옥상녹화가 이미 활성화돼 있다.
일본의 경우 옥상녹화 면적 비례만큼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옥상녹화 의무화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도쿄의 경우 옥상녹화를 할때 공원녹화협회로부터 절반 이상의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도쿄는 도시전체 면적 8%에 그쳤던 녹지면적을 10년만에 11%로 끌어올렸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지자체에서 의무적으로 옥상녹화를 지정하고 재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상당수 지자체들은 옥상녹화 비용의 절반 정도를 보조해주거나 하수료를 공제해준다고 한다.
또 미적 감각을 살리기 위해 옥상대신 지붕을 얹는 것에 대비, 30여년 전부턴 지붕형태별로 녹지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술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0년부터 옥상녹화를 법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녹지보전 및 녹화촉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 건물 소유주가 옥상녹화를 원할 때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또 행정기관과 산학 공동으로 옥상녹화연구회를 결성, 녹화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도 내년말까지 옥상녹화에 관한 조례 및 지침을 마련해 2006년까지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옥상녹화를 실시하고, 2007년부턴 개인 및 법인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에 앞서 시는 옥상녹화 전단계 시범사업으로 2006년까지 5년간 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연차적으로 확대해 250가구의 옥상을 푸르게 만들기로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엔 2천만원의 예산을 책정, 주택 12가구를 대상으로 옥상녹화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녹지 관련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바람에 올해 1억원 예산 확보에 실패, 시범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문제 및 대책
기존 건물을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누수 및 관리. 옥상 정원을 조성하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흉하게 되거나 조성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게 된 경우도 있다.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물이 새 집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옥상에 정원 및 채소밭을 만든 유명순(55·여·북구 산격동)씨의 경우 방수처리가 잘못돼 지난 여름 옥상에서 물이 새 1, 2층 천장, 벽은 물론 가구까지 젖어 엉망이 됐다.
딸 배선희(25)씨는 "비가 그친뒤 나무, 채소 등을 다 걷어내 버렸는데 흙과 벽돌은 90만원 이상의 처리비용이 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수십 포대에 나눠 담아 옥상에 그대로 둔 상태"라며 "집만 망쳤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옥상녹화 사업 계획만 있을 뿐 조례 제정 및 사업 추진에 관련된 세부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 담당 부서도 모호하고, 건축 및 녹지 부서간 협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옥상녹화 사업을 위한 연구나 용역조사 등 기본적인 자료도 거의 없다.
옥상녹화 사업 추진 자체가 미지수다.
계획대로 조례가 제정될지도 불투명하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옥상녹화가 시행되기 위해선 사회 분위기 조성은 물론 시 조례 제정 및 예산 확보 등 사업에 대한 의지가 우선"라며 "건물을 지을 때부터 옥상녹화를 고려, 건축할 수 있도록 공공건물과 함께 신축주택, 아파트, 주상복합건물 등 신축건물에 대한 옥상녹화 강제규정을 건축조례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반주택 등 기존 건물의 경우 구조안전진단 및 누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대 조경학과 나정화 교수는 "대구시에서 옥상녹화에 대한 필요성만 인식하고 있을뿐 사업 시행엔 미온적"이라며 "도시의 대기질 개선을 위해선 옥상녹화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철저한 연구 및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