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가리키는 단어들 중 이미지라는 말이 있다.
더군다나 요즘은 이미지라는 말이 우리들의 규범이고 삶의 척도가 돼 버린듯 하니, 가히 이미지의 세계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논리나 근거와 같은 과학적인 사고로 사물을 판단하고 규정하기보다는 느낌이나 정서로 대상과 일체화되고자 하는 것이 이 시대 사람들의 삶의 방편이리라.
그런 측면에서 대구와 대구사람을 생각해보자.
'박정희', '낙동강', '염색단지', '경북고등학교', 'TK', '경부선' 나로서는 대개 이런 단어들이 대구를 연상시킨다.
오랜 세월 권력을 지녔던 도시, 그 권력의 중심이었던 박 전 대통령 생가에는 오늘도 대구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을만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애증이 가장 절실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권력의 잘잘못이야 훗날 역사가 제대로 평가할 일이지만, "혹독한 가난을 걷어낸 지도자"의 고장은 여전히 그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대구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대구사람들의 자존심'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박정희만이 아니다.
오래전 조선인재의 절반은 영남에서 난다고 했고 그 영남인재의 절반은 대구와 선산 등에서 배출된다고 했으니, 그 자존심의 뿌리는 역사성까지 획득하고 있는 셈이다.
어디 그뿐이랴. 대구가 버티고 있는 지리적 여건도 대구인들을 역사의 중심세력으로 인식케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대구인들의 이러한 긍정적인 자존심은 때로 타 지역인들에게는 고집이나 폐쇄적 혹은 보수의 이미지로 보여진다.
60년대 급격한 산업화를 이루며 비대해진 도시가 제직, 염색산업의 틀을 벗으며, 자동차, 기계, 금속공업으로 변신을 꾀한 성공적인 여정도 대구사람들의 뚝심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제 대구는 또 다른 변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유교적 본산으로서의 학문적 권력과 근대화과정에서 박정희로 상징되는 정치권력의 본산지라는 자존심, 낙동강 중심유역과 경부선의 중심도시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한 자긍심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자존심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그 자존심으로 인한 폐쇄적 이미지, 보수적 이미지만을 가지고는 21세기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와 대구사람들이 애써 만들어 낸 새로운 이미지가 과학으로 증명되어 만인이 끄덕일 때 대구와 대구인들의 자존심은 21세기 한국을 움직이는 새로운 파워가 될 것이다.
박제홍(극작 연출가·중원 엔터프라이즈 (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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