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역대 최다득표 선두-양준혁 재기성공 스토리

입력 2003-07-05 15:25:34

프로야구 대구삼성 라이온즈의 스타 양준혁(35)이 오는 17일 열리는 올스타전을 앞두고 팬투표에서 17만9천191표의 역대 최다득표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낼 때만 해도 양준혁의 재기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는 현재 타격 4위(0.336), 홈런 4위(19개), 최다안타 4위(83개), 타점 9위(42점), 장타율 3위(0.660), 출루율 6위(0.406)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자신은 부진했지만 팀 우승이라는 최고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던 그에게 아직도 최고의 시즌은 다가오지 않고 있다.

그에게 최고의 시즌은 자신이 특급 선수로서 활약하면서 팀도 우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올시즌이 최고의 시즌이 되길 꿈꾸고 있다.

-지난해 시즌 내내 부진해서 마음 고생이 많았었겠다.

▲사실 지난해에는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벤치를 지키는 일도 있었고 하위 타순으로 밀려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이를 받아들이고 내년 시즌에 잘 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팀이 우승했기 때문에 최고의 순간도 맛봤다.

야구를 25년간 해왔지만 소속 팀이 우승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어서 누구보다도 우승을 열망했고 다른 선수들보다 3, 4배는 기뻤을 것이다.

-그러한 다짐이 결국 올 시즌 성적으로 연결된 건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최소한의 우승 축하행사에만 참가하고 개인훈련을 가졌다.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일주일에 5, 6일은 관악산이나 북한산을 매일 4, 5시간씩 걸었다.

다른 어느 시즌보다 많이 훈련해 체력, 특히 하체가 강해졌고 경기 비디오를 보면서 타격 자세를 연구했다.

-타격 자세를 어떻게 바꾼 건가?

▲지난해에는 스윙이 빨리 감겼다고 할까, 끝까지 내뻗듯이 스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골프의 오비처럼 타구가 빗나갔다.

올 시즌에는 스윙할 때 왼쪽 손을 스윙 도중 놓고 나머지 오른 팔로 쭉 뻗듯이 하는 형태로 바꿨는데 잘 되는 것 같다.

방망이도 예전 910g에서 850g으로 바꿨다.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했다.

-시즌 초보다 좌익수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

이제 적응이 됐나?

▲처음 맡는 수비 위치여서 부담이 갔고 타구 방향에 대한 예측 등 어려운 점이 있었으나 이제는 적응했다.

시즌 초에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었다.

-이승엽 선수보다 인기가 좋은 것 같다.

뭐 때문에 인기가 그리 많다고 생각하는가?

▲난 최고 타자는 아니지만 경기장에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다고 자부한다.

그런 점들을 팬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

-타격할 때 카리스마가 묻어나는 당당한 모습에 팬들이 열광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그럴 수도 있겠다.

-'20-20클럽'에 세 차례 가입한 적이 있는데 이제 도루는 안하는 건가?

▲도루는 성공률이 60~70% 이상 되어야 팀에 기여를 할 수 있는데 예전처럼 성공률이 높지 않다.

몸을 사리는 건 아니지만 성공률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자제할 수밖에 없다.

-팀내 최고참 선수로 선수단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도 하는가?

▲2001년 말 친정 팀에 복귀해보니 선수단 분위기가 그리 좋은 편만은 아니었다.

팀에 대한 애착이 적은 선수도 있었고 김응용 감독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터뜨리는 후배들도 있었다.

팀 승리가 우선이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많이 강조했고 감독의 진의를 후배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김응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겉으로 잘 대해주는 편은 아니지만 속으로는 선수들을 많이 생각하는 분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런 문제점들이 없어졌고 팀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구단도 선수단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줘 만족스럽다.

-그런데 결혼은 안 하나?

▲예전에 여자친구를 사귀기도 했고 32세 무렵에는 결혼하려고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혼자다.

혼자 지내는 생활이 편하게 느껴진다.

(편하게 느껴지면 안된다고 하자 웃으며) 한 2, 3년 더 있어야 될 것 같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하려고 하나?

▲체력 관리만 잘 하면 43, 44세까지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양준혁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성적이 부진해도 그럴 생각인가?

▲지난해같은 부진이 2년 이상 이어진다면 미련없이 은퇴하는 게 나을 것이다.

타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팀에서 나를 필요로 하고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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