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달성공원은 동물원이라기보다는 수목원에 가깝다.
달성공원의 주변풍경들이 나날이 바뀌어가도 토성 위의 나무들은 나뭇가지 아래 다람쥐나 청설모를 키우면서 긴 세월 속에 뿌리를 실하게 내리고 있다.
뒤틀리고 엉켜 있는 거대한 느릅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 숲 아래를 거닐다 보면 나무들이 건네는 초록색 말 한마디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도심의 한가운데 천 수백 년 전 토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 옛날 달성공원에는 키다리 아저씨가 표를 받곤 했다.
브라스밴드 복장처럼 화려한 제복을 입은 거인 아저씨가 지키던 달성공원은 입장하기 전부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평일의 달성공원은 노인들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견학 나온 아이들로 소란스럽다.
아이를 부르는 유치원 여선생의 상기된 얼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 나온 젊은 부부들, 벤치에 누워있는 사람들. 일상의 무한궤도에서 발을 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저 한순간의 작은 평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된장이나, 삶은 계란, 튀긴 강냉이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맛나게 비우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콧등이 시큰해진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오신 노인들을 위해 달성공원에서 판소리 공연이나 노인 노래잔치를 벌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무가 있는 곳과 없는 곳에는 범죄발생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저 달성공원이 지금까지 견뎌온 세월만큼 앞으로도 잘 보존되길 바란다.
달성공원은 대구경북 사람들의 추억이 나뭇잎처럼 무성하게 매달려 있는 곳이다.
달성공원의 나무 한 그루도 생각 없이 베어내서는 안되리라.
자식들을 키우느라 노동으로 뭉툭해진 어머니의 둥근 손바닥 같은 달성공원이 언제나 그 자리에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지치고 상처 입은 마음의 팔다리를 쉴 수 있도록.시인 김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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