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대구·경북 정치권의 현실

입력 2003-07-04 11:48:16

대구·경북의 협력은 요원한 것일까. 지난달 있은 한나라당 대표경선과 지도부 경선은 대구·경북 정치권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경선기간 동안 지역 정치인들은 먼 안목의 협력보다는 당장의 이익에만 몰두, 경선내내 자중지란을 겪었고 양보의 미덕은커녕 상대방을 깎아내리기에 몰두했다.

원내총무 경선에서 대구의 안택수 의원과 경북의 임인배 의원은 이미 지난해 맞붙고도 또다시 경쟁대열에 서 패배를 자초했다.

지역 정치권과 언론이 여러차례 사분오열을 경고했으나 그들의 귀에는 마이동풍이었다.

심지어 지지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여반장 하듯 뒤집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강재섭 의원의 표현처럼 '이인제 학습효과'는 경선 막판까지 대구·경북 표를 분산시켰고 일부 의원들은 그럴 듯한 논리를 대며 이를 부추기기에 혈안이었다.

또 정책위의장 경선에서 김만제 의원이 꼴찌나 다름없는 성적을 거둔 것도 대구·경북의 분열상을 확인케 한 케이스. 그가 얻은 24표(전체 241표) 가운데 대구·경북 표가 절반에도 못미친다는 분석도 적지않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나라당 상임 운영위원 자리를 두고 대구의 백승홍, 경북의 김일윤 의원이 경쟁에 나선 것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두 사람간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보이기는 하나 어느 한 쪽이 쉽게 양보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지역 현안을 둘러봐도 갈갈이 찢어진 정치판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미 경기도 파주로 결정된 차세대 LCD 공장유치에 대한 지역 의원들의 관심도는 기대이하였다.

마찬가지로 양성자 가속기 유치를 위한 대구·경북의 협력은 방사능폐기장 연계방침 이후 중단됐으며, 한방바이오밸리 건립사업은 대구·경북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판이다.

또 과학기술연구원 설립계획도 DIST(대구)에서 DKIST(대구·경북)로 명칭만 바꿨을 뿐 공조방안에 대한 뚜렷한 명세서가 없는 실정이며 한국지하철공사법(안)을 두고 일부 경북의원들은 중앙정부의 예산타령에 덩달아 동조하고 있다.

제 팔 제 흔들기에만 골몰한 채 대구·경북의 공동체와 미래에 대해선 모두 외면하고 있는 인상이다.

한 초선 의원이 "분열된 대구·경북을 하나로 모으는 길은 시도 통합이라는 극단적 방법밖에 없다"는 말이 왠지 귀에 쏙 와닿는다.

지금이라도 대구·경북의 협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모색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인 '협력과 경쟁'만이 대구·경북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kimchi@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