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 성적을 올리는데는 어떤 게 필요한 걸까….
우리나라 청소년과 학부모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공부 문제다.
공부 방법에 대한 관심은 도를 넘어선다.
이를 파고드는 상술도 갈수록 교묘해진다.
'학습 혁명', '두뇌 혁명', '고3 혁명', '공부 기술', '공부 방법' 등 쏟아지는 책자들은 경험상 제목부터 신뢰하기 어렵다.
그래도 대부분 잘 팔린다.
서울대생조차도 전체의 1%만이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한다는 게 설문조사 결과다.
그 많은 학교와 학원, 전문가들이 밤낮 없이 떠드는 건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서인가. 궁금증은 꼬리를 문다.
풀기도 끊기도 쉽지 않다.
스스로 나름의 지식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 학생들의 생활을 한번 들여다보면 어떨까? 그래서 두 학생을 만났다.
과학고 3학년 여환승군. 중3때 한국 정보올림피아드에 입상한 뒤 계절학교와 온라인교육을 계속해왔고 오는 8월에는 국제정보 올림피아드에 한국대표로 출전한다.
효성여고 3학년 김세연양. 얼마전 모 방송사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에서 50문제를 다 맞혀 골든벨을 울렸다.
대구에서 두번째. 스스로는 별거냐고 했지만 쉽잖은 결과다.
두 고3 학생들과의 대화는 일신학원 윤일현 진학지도실장이 이끌었다.
윤일현-두 사람은 지금까지 지적인 자극이나 충격을 받은 사건, 책 같은게 있나요.
여환승-중2때 정보올림피아드 대구대회에 나갔는데 친구들은 전국대회에 나가고 저는 떨어졌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라면 자신 있었는데, 솔직히 충격이었죠.
김세연-어릴 때 만화로 된 역사책을 많이 봤습니다.
역사와 친근해진 게 지금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초가 됐습니다.
대학은 경제학과에 진학하더라도 사학을 복수로 전공하고 싶어요.
윤-역사적 교양과 안목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죠. 다음은 좀 쉬운 잠 얘기를 해 볼까요. 두 학생은 수면 패턴이 어떤가요.
여-어릴 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컴퓨터에 몰두하다 보니 해뜨는 걸 보고 잘 때도 있어요. 잠이 많은 편인데 굳이 줄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윤-잠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획일적인 기준은 의미가 없죠. 시험에서 흔히 4당5락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일수록 잠을 충분히 잡니다.
문제는 집중력이죠.
김-집중력이 강한 편은 못 되는데요, 그래도 잠을 많이 자고 난 뒤에 집중력이 나아지는 건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윤-집안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부모님이 간섭은 않지만 관심은 많이 갖고 계십니다.
고3이 된 뒤로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대화를 많이 하려고 서로 노력하는 편이죠.
여-부모님이 믿어주는 게 가장 좋습니다.
뭐든지 제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면 신중하게 의논한 뒤 밀어주십니다.
윤-공부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김-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에 공부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수업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쉬는 시간에 예습을 조금씩 하는데 효과를 보고 있어요.
윤-스스로 준비하고 탐구하는 예습식 공부가 뛰어나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경험입니다.
고3이 되면 자기 계획에만 매달려 공부하기 쉬운데 수업시간과 예습 중심의 공부는 언제는 유용하죠.
여-컴퓨터를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교과 공부는 덜 하는 편입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 벼락치기를 하곤 하는데 늘 불안하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못하는 과목도 있고.
윤-과학고생이고 컴퓨터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다른 과목 공부도 소홀해서는 안 되죠. 넓은 기초가 없이 높이만 생각해서는 위험합니다.
생활 습관은 어떤 유형인가요. 또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실천하나요.
여-계획은 기간을 봐 가면서 쉬는 날을 고려해서 짭니다.
너무 빡빡하면 부담되고 시간만 채우려는 경우가 많아요. 빈 시간을 만들어뒀다가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할 때 씁니다.
공부가 안 되는 날엔 영화도 보고 쉬면서 기분도 풀죠.
윤-계획표 잘 짜는 게 공부 잘 하는 길은 아니죠. 실적보다는 깊이 있고 완전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생활하는게 중요합니다.
김-계획을 빡빡하게 짜는 편인데 다 못한 부분 때문에 밀리고 밀려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여유를 좀 두려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윤-대개 남학생들은 할 때 하고 놀 때 노는데 여학생들은 계획을 타이트하게 짜고 슬럼프에도 곧잘 빠집니다.
주의해야 할 부분이죠. 골든벨을 울릴 정도의 실력이라면 김양은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안다는 건데 그런 공부는 어떤 방법으로 하고 있나요.
김-TV 뉴스를 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교양상식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충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신문은 가급적 매일 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윤-21세기는 이성과 감성의 시대입니다.
독서와 사색을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다면 불구가 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우리 교육은 아직 모자라는 부분이 많은데, 학생 입장에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어떻게 보나요.
여-정보 계절학교와 과학고에서 토론할 일이 많았습니다.
발표와 토론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얻는 게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교육 전반에 토론이 잘 활용되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너무 입시 위주로 교육이 진행되다 보니 지.덕.체를 고루 갖춘다는 학교 본래의 취지가 퇴색된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어요.
윤-학생들과 얘기하다 보니 공부에는 역시 특별한 지름길이 있는 게 아니라 생활 패턴, 수면 습관, 공부 방법 등에서 보편적인 원칙들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긴 시간 수고했습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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