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구미공단에 산업연수생으로 취업중인 반티우(31·여)씨는 한국인 작업반장으로부터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반티우씨는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것만도 서러운데 폭행까지 당했다는 사실에 분을 삭이지 못했지만 어디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반티우씨 같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대신 하소연해 줄 사람이 생겨났다.
구미시는 지난 6월말 외국어학원 강사, 외국계 회사직원, 대학생 등 외국어에 능통한 150명을 '국제 친선 도우미'로 위촉하고 앞으로 외국인들의 각종 생활불편을 덜어 주기로 했다.
지난 3월부터 2개월 동안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이들의 신청을 받았다.
또 위촉된 도우미들은 외국인 바이어들의 기업체 방문시 수·출입관련 통역지원, 국제행사 참여, 구미시의 외국기업 투자유치 등에도 투입돼 적극 활동하게 된다.
현재 구미공단에 취업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남자 2천439명, 여자 2천381명 등 4천820명으로 정식으로 등록한 외국인이 처음으로 4천명을 넘어선 지난 1998년 이후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여기다 불법체류자까지 합치면 거의 6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1천919명, 인도네시아 973명, 베트남 908명, 필리핀 313명, 미국 81명, 우즈베키스탄 102명, 러시아 23명 등 순으로 대다수가 산업연수생으로 구미공단생산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들이 동남아·러시아·아랍권으로 다양화 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관리부서인 시청, 노동부사무소, 심지어 경찰까지 이들의 말을 통역해 줄 행정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구미공단은 인권보호의 사각지대가 돼 왔다.
노동부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외국인 근로자 권익보호방안' 차원에서 전국 46개 노동관서에 외국어 실력을 갖춘 외국인근로자 전담 근로감독관을 지정해 운영키로 했지만 거의 전무한 실정.
또 외국인 근로자들을 전담하는 경찰의 외사계 직원은 고작 4, 5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중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경찰은 거의 없다.
때문에 외국인과 관련한 사건이 발생하면 외국어 교사나 학원강사를 부르는 게 고작이었다.
경찰관계자는 "형사사건의 경우 언어상 유·무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아랍·러시아·동남아권은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한데 앞으로 '국제친선 도우미'제도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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