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문신

입력 2003-06-28 15:22:04

중국 역사는 삼황오제(三皇五帝)에서 시작한다.

설에 따라 다르지만 삼황은 역(易)을 만든 복희씨, 인류를 낳은 여와씨, 백성에게 농업을 가르친 신농씨를 지칭한다.

오제는 요, 순 등의 다섯 인물로, 사기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은 이때부터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오제 역시 설화시대의 인물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기록이 거의 전무한 전욱, 곡은 말할 것도 없고 요, 순 임금도 후세가 만든 허구라는 이야기다.

즉 주(周)나라의 중국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각 지역의 잡다한 조상신들을 끌어 모아 만든 것이 요와 순이라는 가공인물이다.

▲그 답은 다음 대인 우(禹) 임금의 설화에서 얻어진다.

우(禹)는 머리가 뾰족하고, 두 발을 힘주어 뻗치며, 꼬리가 늘어진 도마뱀을 상형한 글자다.

우 임금은 도마뱀 곧 용신(龍神)을 의미하며 그 출현의 유래는 이러하다

고래로 중국에서는 황하의 범람이 큰 문제였다.

엄청난 인명, 재산 손실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범람의 주범이 곤명호(昆明湖)의 큰 메기인 것으로 생각했다.

이 메기를 퇴치한 것이 도마뱀 즉 용신이다.

이런 민간설화가 당시 지식인들의 손으로 의인화되면서 '치수(治水)의 대가' 우 임금이 탄생한 것이다.

우 임금이 설화라면 그 상대의 요, 순은 당연히 설화가 되고 만다.

▲중국의 강이나 호수 기슭에는 의례 용신 사당들이 있다.

양자강 주변도 예외가 아니다.

양자강은 길이가 1천㎞에 가깝지만 상하류의 낙차가 30m에 불과하다.

물이 서서히 흐르다 보니 강 곳곳에 늪지대가 발달하고, 여기에 온갖 생물들이 살게 된다.

물가의 주민들이 늪지대에서 어로나 조개 채취 등의 생업을 영위하게 된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물 속의 각종 악령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했다.

용신의 환심을 살 조치가 있어야 했던 것이다.

거기서 유래된 것이 문신이다.

문신의 대표 문양이 용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한(三韓)시대의 어부들이 온 몸에 문신을 넣어 위험을 피했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그 문양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용이나 큰 고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중국 문신의 도래 여부는 미지수지만, 같은 용 문화권인 만큼 그 가능성은 높다고 하겠다.

이런 문신이 현대에 와서는 폭력의 상징으로 모습을 바꿨다.

용은 물론이고 호랑이, 잉어, 뱀, 학, 꽃, 글자 등으로 문양의 다양화도 일어났다.

요즘은 문신이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진짜 용신이 있다면 이런 해괴한 세태를 두고 뭐라고 일갈했을까.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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