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재정 획기적 개선할 지하철공사법 한나라 의원들이 막는다

입력 2003-06-28 10:22:04

대구시 재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국지하철공사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김기춘)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법사위가 다른 법안은 의결하면서 한국지하철공사법은 신중히 재검토하자며 법안심사 제2소위로 넘긴 것.

이날 회의는 반대 의견이 우세해 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박승국 의원이 고군분투하는 형국이었다.

법사위원들의 반대 이유는 겉으론 예산명세서가 없고 관련 부처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원들의 속내는 형평성 문제였다.

서울지하철이 빠지고, 대도시 부채를 농촌을 포함한 전체 국민이 부담하는 것은 수혜자 부담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였다.

교특자금 중 도로건설에 주로 쓰이는 65%를 60%로 줄이면 '선거용 도로건설' 비용이 줄어든다는 '계산'이 깔려서 이다.

지하철 재정 형편이 좋은 인천과 이미 국가가 지하철을 건설·운영하고 있는 부산의 미온적인 반응도 불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대구는 1조3천억원을 웃도는 부채로 다급하나 부산·인천은 느긋하고 대전·광주는 2006년 이후에 맞닥뜨릴 재정 위기라 한국지하철공사 설립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회 법사위에 대구·경북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상임위 구조도 문제였다.

목이 타는 대구가 정작 비빌 언덕이 없는 것.

이에 따라 박 의원과 지역의 몇몇 인사는 26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장 등지에서 지역 출신 의원을 만나 지원을 호소했다.

한국지하철공사 설립이 지역이기주의 발상에서 나온게 아니고 타당한 주장이니 친분있는 법사 위원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해 달라는 요지였다.

하지만 지원 요청을 받은 의원들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날 회의에서 드러났다.

법사위에서 민주당 최용규 의원은 "부산과의 형평성을 감안할 때 대구 등지의 요구가 이해된다"고 지지 발언을 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로 반대한 것.

법안 통과가 완전 무산된 것은 아니다.

이날 문제된 예산명세서와 관련 부처 의견을 보완해 30일 오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서 재심의해 통과시키면 된다.

그러나 소위에서 법안이 통과되려면 대구, 대전, 광주지역 의원과 지자체가 조직적으로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심사소위 의원들이 한국지하철공사 설립의 당위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와 애물단지를 떠맡지 않으려는 정부를 설득해 한국지하철공사를 설립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닌 셈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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