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인동에서 '모델미용실'을 운영하는 김경원(34)씨와 아내 김기영(32)씨 부부. 그들의 학력은 고졸이지만 웬만한 대졸 월급쟁이 맞벌이 부부들보다 몇 배나 더 번다.
월 평균 매출 5천여만원에 부부의 한달 평균 수익이 1천500여만원. 억대 연봉인 셈. 30대 초반의 나이인 점을 감안하면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소득 수준이다.
미용실 크기가 무려 100평이나 되고 함께 일하는 식구도 20명이나 된다.
고객카드를 발행해 고정 관리하는 고객만 2천여명에 이른다.
부근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고정 고객의 절반 이상은 수성구 등에서 차를 타고 찾아 온다.
창업에 첫걸음을 내 디딘 것은 1997년 6월. 상인동 지하철역 부근 10평 짜리 1층 상가에 낸 평범한 '동네 미용실'이 그것이었다.
월급쟁이 헤어디자이너 생활을 통해 부부가 모은 돈 5천여만원에다 빚 3천만원을 얹어 가게를 냈다.
"저희는 대구 동성로의 한 미용실에서 동료로 일하다 만났습니다.
결혼하고 나니까 걱정이 됐어요. 헤어디자이너는 종일 일하고도 월급은 150만원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결국 창업 외엔 길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혼하던 해에 곧이어 창업했지요".
밑천이 모자라 빚을 낸 것이 조금 걸렸다지만 "최소한 '떨어 먹지는' 않을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부부가 모두 미용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인건비 부담이 적어 열심히만 하면 밥은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개업 첫달 매출이 600만원. 동성로에서 일할 때 알던 손님들이 김씨 부부의 '기술'을 못잊어 상인동까지 찾아 왔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6개월만에 한달 매출이 1천500만원으로 증가했다.
10평 짜리 가게 매출로는 상당한 것. '밥 먹는 수준'을 벗어 나 '좀 버는 수준'까지 올라서더라고 했다.
이어서는 손님이 너무 많아 제때 미용을 다 못해내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부득이 부인이 부근에 14평짜리 미용실을 또하나 차렸다.
창업 일년만의 일. 창업 직후 외환위기가 터졌지만 김씨 부부의 미용실을 침범하지는 못했다.
손님이 되레 늘었다.
지난해 여름, 부부는 따로 운영하던 가게를 하나로 합쳐 현재의 가게를 만들었다.
창업 5년만에 가게 규모를 10배로 키운 것.
"고등학교 졸업한 뒤 대학 안 가고 미용 기술 배운다니까 집에서 난리가 났어요. '사내놈이 무슨 미용이냐'고 아버지께서 노발대발하셨습니다.
몰래 미용학원 다니다가 맞기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할머니께서 아버지를 설득하셨습니다.
앞으로는 사내가 머리 만지는 시대가 온다고요. 그때 할머니는 이미 미래의 트랜드를 읽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남자 미용사, 그리고 남자 요리사가 더 유명해지는 사회가 오지 않았습니까?" 남편은 남들처럼 대학 가고 취직했으면 오히려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에서는 부부 헤어디자이너가 운영하는 미용실이 드물어 희귀세를 탄 면도 없잖지만, 부부는 '정성 경영'과 '교육 우선'이 오늘을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요금이 비싼 퍼머나 염색 손님 아니라고 박대해선 안됩니다.
그냥 머리만 자르러 오는 손님을 '돈 안된다'고 하찮게 여겨선 안됩다는 얘기입니다.
저희는 머리 자르는 분에게도 끊임없이 관심을 보입니다.
'손님 이렇게 하시지요?' '이런 머리는 어떻습니까'라고요. 귀찮아 하는 손님도 적잖았지만 결국 다시 찾아오십디다".
또 하나의 원칙은 환불. 다듬은 머리가 손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시 환불해 준다고 했다.
안타깝고 때로는 열도 받지만 적은 것을 손해볼 줄 알아야 큰 것을 얻는다고 부부는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창업이 마찬가지겠지만 미용에도 기술이 생명이라고 했다.
제대로 된 기술만 있으면 금방 일어선다는 것.
부부는 이젠 규모가 커져 부부만 잘한다고 영업이 잘되는 단계를 넘어 섰다고 했다.
식구들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 그래서 기술력이 있는 헤어디자이너는 외국 연수까지 시킨다고 했다.
"규모가 커지니까 신경써야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요즘은 경기까지 어려워 매출 증가세마저 위협 받습니다.
그래도 원가를 줄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경영이 어렵다고 꼭같은 요금 받으면서 염색약.퍼머약 싼 것 써서는 안되지요. 다른 방법으로 불황을 돌파할 겁니다".
부부는 문의가 가끔 들어 와 프랜차이즈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미용 시장이 더 커지는만큼 교육센터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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