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의 넉넉한 인심이 담긴 2천원짜리 된장찌개 맛보신 적 있습니까".
팔달시장에서 18년째 '할매식당'을 운영하는 남춘식(67)씨는 5년째 밥값을 올리지 않고 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1천500원 받았는데 당시 시장사람들로 인해 돈을 벌었기 때문에 그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값을 올릴 수는 없어요".
남씨는 2천원짜리 정식이지만 재료나 양념은 고급으로 사용하고 있다.
쌀은 의성 안평이나 예천산을 고집하고 마늘.고추도 반드시 품질좋은 토종으로 시골의 음식맛을 유지하고 있다.
된장국은 기본이고 갈칫국이나 고등어 구이를 곁들인다.
반찬도 8가지 정도로 고구마줄기 무침, 양배추쌈, 콩나물, 깻잎, 마늘줄기 튀김, 미나리무침, 멸치볶음, 열무김치, 콩조림 등 다양하다.
보통 새벽녘에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기 때문에 반찬 하나하나의 제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음식값이 싸다는 소문에 시장내 상인들뿐만 아니라 인근 공단이나 동네사람들까지 많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하루 밥 500공기 정도 팔아야 현상유지가 가능한데 배달이 많아 아줌마 7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할매식당엔 간판이 따로 없다.
그저 허름한 합판을 세워 담으로 삼고 있지만 시장상인이나 신사들이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한다.
손님들도 하나같이 집에서 먹는 음식과 똑같은 맛이 난다고 말한다.
남씨는 손님들이 식사후 '맛있게 먹고 갑니다'라는 소리를 들을 때 제일 기쁘다고 말한다.
고향이 경북 영양인 남씨는 어린시절 친정어머니로부터 어깨너머로 요리법을 배웠다.
'여자는 먹새가 좋아야 하는데 한가지 재료로 여러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18년전 자녀 3명을 공부시키기 위해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밑천이 없어 친정집에 갔지만 출가한 딸이라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시장내 돈놀이 계에서도 순번이 3번째 였지만 2달간 돈을 붓고 형편이 어려워 중단했다고 한다.
이를 본 한 아주머니가 남씨의 양심을 믿고 당시 거금 200만원을 빌려줘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남씨는 앞으로도 밥값을 올릴 경우 시장내 상인들에게 물어볼 계획이다.
불황이라 모두가 고생하고 있는데 혼자만 잘 살자고 쉽게 인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도 장사터전인 팔달시장 상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는 남씨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어 보람있는 생활이라고 말했다.
남씨는 400여명의 회원을 둔 팔달시장 부녀회를 이끌며 소년소녀가장들을 돕고 있다.
민병곤기자 min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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