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한나라당 경선 후유증

입력 2003-06-27 11:42:01

한나라당 대표와 지역대표 운영위원 경선이 끝났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불공정 시비로 번지진 않았지만 당선된 이나 떨어진 이나 서로 할 말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다.

선거 때만 되면 불거졌던 고질적인 동원선거, 줄 세우기, 금품·향응 제공 등 혼탁 선거가 만연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 전당대회가 끝난 지금까지도 누가 도자기 세트를 돌렸다느니, 돈을 뿌렸다는 식의 얘기서부터 "투표 당일 버스동원이 심했다", "모 보좌관이 타지역 대의원에게 밥을 사는 현장이 목격됐다", "특정후보 지지를 의원들이 지시했다"는 등의 얘기들이 숙지지 않아 또다른 갈등의 뇌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경북지역 운영위원에 나섰던 김성조 의원은 지난 25일 "선거결과에 대해 100% 승복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불편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지금과 같이 금품·향응·선물 제공 등으로 얼룩지거나 대의원들에 대한 노골적인 매표행위가 횡행하는 선거풍토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노골적인 매표행위'가 판을 쳤다는 얘기가 된다.

또 이번 운영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이상득·이해봉 의원조차 "다시는 당내 선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혼탁 양상이 극심했음을 시사했다.

대표경선에 나섰던 강재섭 의원의 측근도 "경선 준비과정에서도 줄 세우기, 비방음해, 금품제공 등 혼탁선거가 이뤄지고 있어 한나라당의 개혁과 변화의 본질이 흐려졌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어떤 후보도 부정선거 문제를 공식 제기하거나 바로 잡겠다고 나선 이는 아직 없다.

"선거가 끝났으니 덮어두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저마다 당 쇄신과 변화를 외치며 출마했지만 정작 출마 의원 스스로가 구태를 눈감아 주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불법 여부를 떠나 이번 경선방식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선관위가 지정한 공개장소에서의 대담, 선거 감시원의 입회하에 당원접촉 보장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상호 토론 등 후보간 변별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기존의 금품살포 등 부정선거 사례공개 및 응분의 처분을 취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쉬움이 많은 새로운 시도였다.

김태완〈정치2부〉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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