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령시 '테마거리'는 '몸살거리'

입력 2003-06-27 11:51:12

대구시와 중구청이 수십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약령시 한방테마거리'가 통행방법 결정 지연에 따라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조형물 조성사업 역시 인근 상인 반발로 공사가 중지돼 흉물로 변하고 있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약령시를 대구의 대표 관광지로 육성키위해 13억원을 들여 약령시 거리를 화강석으로 포장하고 가로수 및 벤치를 설치하는 등 올 4월까지 한방테마거리 조성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구시는 도로 포장이 완료됨과 동시에 이 거리의 통행 방식을 일방 통행(서성네거리→중앙파출소)으로 변경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상인들이 이견을 제시함에 따라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현재 이 거리는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약재를 사러 자주 이 곳을 찾는다는 박창현(32·대구 시지동)씨는 "깨끗하게 만들어진 벤치 앞에 불법 주차 차량이 차지하고 있어 벤치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며 "엄청난 사업비를 들여 테마거리를 조성해 놓고 이렇게 방치해도 되냐?"고 반문했다.

김형오(45·대구 남성로)씨는 "어두워지면 불법주차 차량들 때문에 행인들이 도로 중앙으로 걸어야 해 사고 위험도 높다"고 말했다.

일방 통행 시행의 유보를 원한다는 인근의 한 상인은 "지하철2호선 공사가 끝나는 등 주변 교통흐름이 정상화될 때까지 일방통행을 미뤄달라고 경찰에 요구했다"며 "지하철참사와 불경기가 겹치고 있는 마당에 무작정 일방통행으로 바꿀 경우 상인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구 약령시보존위원회가 대구시로부터 4억5천만원을 받아 추진중인 약령동문 및 홍살문의 설치 계획도 인근 상인들의 계속된 반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인근 상가 주민들은 대구지방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낸 바 있으며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지난 4월 대구고등법원에 항고했다.

소송에 나선 상인들은 약령동문이 상가 영업을 방해할 만큼 큰 규모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약령시보존위원회는 업무방해로 중부서에 고소하는 등 법적 맞대응을 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 박현수 교통지도담당 공무원은 "약령시 공영주차장이 생기는 7월말부터는 불법주차 차량에 대해 집중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불법주차를 단속하고 통행방법까지 정해지면 깨끗한 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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