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연 망치는 '버릇없는 학생'

입력 2003-06-27 11:55:18

상당수 중.고교의 음악, 미술 과제로 주어지는 음악회나 미술 작품 전시회 관람이 팸플릿 구하기 경쟁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학기말 시험을 앞둔 최근들면서 더욱 극성인데 공연장, 전시장을 찾는 학생들이 기본적인 관람 예절조차 지키지 않아 공연.전시 분위기를 망치거나 심지어 쫓겨나기까지 하는 등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춘 대구 북구 문화예술회관의 경우 지난달 10여차례의 음악회 때마다 1천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는 것. 공연 시작 전에는 팸플릿을 구하느라 입구에서 북새통을 이루다가 공연 시작 후에야 한꺼번에 출입구로 몰려드는 바람에 안전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는 것.

기획담당 김태훈씨는 "슬리퍼를 신거나 관람 태도가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환불하고 돌려보내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학생들이 관람 질서를 지키지 않아 일반 관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대구 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의 경우 음악 공연이 있는 날이면 매번 100여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팸플릿 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꾀꼬리극장 정규혼씨는 "공연 전에 입장하는 건 고사하고 연주 중에도 출입문을 들락거리는 학생이 많아 분위기가 흐트러질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공연보다 팸플릿 챙기기에 급급하다 보니 일찌감치 동나 항의를 받을 때가 많고, 더러는 팸플릿을 팩스로 보내 달라는 학부모도 있다"고 했다.

화랑에서도 관계자들이 비슷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봉산문화거리 화랑의 경우 전시회가 있을 때면 하루 30~50명의 학생들이 다녀가는데 입구에서 팸플릿만 받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ㅅ화랑 이정원 실장은 "학생들에게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회를 주는 건 좋지만 학교에서 사전에 관람 예의나 방법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학생(중3.여)은 "학교수업을 마치더라도 학원을 다니거나 또 다른 과제를 해야하기 때문에 공연장에서 1, 2시간씩 앉아 음악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며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찾고 공연장에는 팸플릿을 구하기 위해 가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 학생은 "일부 학생들의 경우 부모들이 대신 공연장을 찾아 팸플릿을 구해 오기도 한다"며 "취지가 좋더라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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