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석-정부정책 심층보도를

입력 2003-06-27 09:57:14

우리는 매일매일 신문, TV, 라디오 등의 언론매체를 통해 동일한 사안에 대한 내용을 반복해서 보게 되며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각기 다른 시각을 접하게 된다.

다양성을 가진 각각의 매체를 통해 각기 다른 해석을 보며 자신의 시각에서 다시 그러한 기사들을 평가하여 좋은 기사, 나쁜 기사를 스스로 가려내게 된다.

만약 획일화된 가치관만으로 기사가 쓰여 진다면 조중동이 어떻고 매일의 논조가 어떻다는 식의 평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는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언론을 하나의 잣대로 보며 획일화 시키려는 듯하다.

입맛에 맞지 않으면 보수 수구적인 언론으로 평가하고 응징하겠다는 식의 대응은 국민이나 언론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읽는 매일신문은 다소 보수적인 면이 있지만 개혁을 가장한 일부 언론에 비해서는 오히려 지역의 여러 가지 소리를 대변하는데 있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진료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의사들은 환자가 책대로 아프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하지만 환자는 책대로 아픈 경우가 거의 없어 환자 한사람, 한사람이 동일한 증상을 가졌다 하더라도 서로 다른 병력과 예후를 가지기에 긴장하고 신중하게 진찰하며 어떤 처방이 이 환자를 위해 더 나은 처방인가를 고민한다.

하지만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감기전산심사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면서 상기도질환을 획일화된 잣대를 가지고 동일시해서 치료하라는 지침을 통해 의료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규격화하려고 하고 있다.

물론 기획하는 쪽에서는 국민을 위하고 보험재정의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변하겠지만 진료현장의 의료인으로선 진료권의 제한을 위한 제도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인 논리로만 본다면 이 제도의 시행이 보험재정의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이는 국민과 진료현장의 의사들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로 몰았던 사스도 초기에는 감기증상밖에 없다가 점차 폐렴으로 진행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단지 사스 뿐만 아니라 많은 질환의 초기 증상은 단순 감기정도로밖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의 대책은 책상 위에서만 이뤄져선 안 된다.

진료현장에서 고민하고 환자의 고통을 듣고 있는 다양한 의료인들의 의견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언론도 이부분에서 일부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가장 가까이 국민 옆에 다가설 수 있는 도구를 가졌으면서도 그러한 사실을 외면한다면 국민의 건강권은 탁상공론의 재물로 희생되고 무시되될 수밖에 없다.

의사는 환자가 사소한 감기 증상을 보이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 고민하고 진단의 오류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언론은 다양한 정보원의 활용을 통해 시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제도는 물론이고 앞으로 시행될 제도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를 공론화 시켜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매일신문이 지방지로서의 한계는 있을 수 있으나 정부가 시행하려는 사소한 제도 하나하나에도 앞서서 적극적으로 취재하여 숨겨진 알파를 국민 앞에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정부의 잘못된 제도 시행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 한발 앞서가는 신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김대훈(본사 독자위원/시지연합소아과의원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