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엽 '2004년 메이저리그' 뛰나?

입력 2003-06-26 11:48:57

세계 최연소 개인통산 300호 홈런을 친 이승엽이 올 시즌 후 반드시 미국 메이저리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의 에이전트인 SFX사는 이승엽이 300호 홈런을 친 직후 그의 경기 자료를 메이저리그 각 구단에 보냈고 LA 다저스, 보스톤 레드삭스 등이 스카우트를 한국에 보냈거나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엽은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등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모두 프로 입문 단계에서 바로 미국에 진출한 데 비해 국내에서 뛰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 자격을 얻어 미국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그 때문에 그에 대한 대우, 적응 여부 및 성적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미국 진출에 대해 찬반 논란이 분분하지만 이승엽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지하는 입장이 무게를 얻고 있다.

△'국민 타자'의 자존심에 걸맞는 대우=임창용(대구삼성), 진필중(광주기아) 등이 이승엽에 앞서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미국 구단으로부터 헐값을 제시받는 수모 끝에 미국 진출을 포기했다.

이승엽은 '국민타자'로 불릴 만큼 국내 프로야구의 상징이자 자존심을 대변하기 때문에 적정한 몸값을 받지 못한다면 미국 진출이 팬들의 납득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승엽의 미국 진출을 찬성하는 여론은 최고 시장에서 실력을 평가받고 싶다는 그의 소망에 공감하고 있지만 그가 푸대접을 받을 경우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슈퍼스타의 공백으로 인한 국내 프로야구의 흥행 위기, 그가 이어가고 있는 홈런 기록의 연속성을 살려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도 그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할 경우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이다.

일본 최고 타자로 평가받았던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마쓰이(뉴욕 양키스) 등이 연봉 700만 달러 이상을 보장받고 미국에 진출했던 사례에 비추어 이승엽은 최소 연봉 200~300만 달러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 야구시장이 얼어붙은 미국 의 구단이 이승엽을 데려가기 위해 어느 정도 지갑을 풀지 주목된다.

△2004년 메이저리그, 이승엽=이승엽이 소망대로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된다면 그는 양지를 달려왔던 한국과 달리 좌절감을 맛볼지도 모른다. 냉정하기로 유명한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섬세하고 여린 성격이 적응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박흥식 삼성 타격코치의 진단이다. 그러나 홍승규 대구MBC해설위원은 이승엽이 건실한 생활로 야구에 대한 집념이 강하며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어서 이는 별로 걱정할 게 없고 장거리 이동과 연간 156경기로 많은 경기 수에 대한 체력적 부담을 극복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국내 프로야구보다 한, 두단계 이상 위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위, 다양한 구질, 제구력과 상대해야 되고 국내와 다른 스트라이크존, 경기운영 방식에도 적응해야 한다. 다만 인코스 보다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에 후한 미국 심판들의 판정 경향이 인코스 공에 약점을 지닌 이승엽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 마이너리그의 더블A와 트리플A 사이의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고 타자로 군림해온 이승엽은 비유하자면 마이너리그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천부적 타격 재능과 뛰어난 수비, 야구 센스를 지니고 있지만 발이 느린 이승엽은 1루수가 요구받는 타격 기여도, 특히 장타력으로 팀 공격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스윙으로 타구를 멀리 자유자재로 보낼 수 있는 이승엽에 대해 일부에선 메이저리그에서 2할6~7푼대의 타율, 30홈런 이상을 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특급 1루수의 기준이 40홈런 이상, 3할 이상 타율, A급이 30홈런 이상, 2할8푼 이상의 타율, B급이 30홈런 이하, 2할8푼 이하의 타율이라고 구분할 때 이승엽은 A급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칠수 있다고 분석된다. 홍위원은 "이승엽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 예측하긴 힘들다. 그러나 그가 꾸준히 출장을 보장받을 수 있는 팀에서 뛴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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