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대, 가톨릭 의대, 건국대 등 10여개 대학과 국가출연연구소의 180여명의 의학자, 과학자들로 구성된 바이오장기 개발 연구팀을 대표하여 과학기술부에 연구사업신청서를 제출한 바가 있다.
이 팀의 구성원들의 전공영역도 의학, 치의학, 수의학, 축산학, 공학, 자연과학, 윤리학 등 다양하게 엮여있는 명실상부한 다(多)전공간 협동연구팀인 셈이다.
이 연구계획서는 몇차례의 철저한 평가과정을 거쳐 선정되었고 그 결과를 엊그제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연구팀은 이제부터 5년간 혼신을 다하여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할 수 있는 돼지를 만들어 번식시키고, 이들로부터 얻게된 세포와 장기를 이용하여 각종 질병치료를 위한 의학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순조롭게만 진행된다면 당뇨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장기 중에서 면역체계가 가장 복잡한 폐이식 기술의 상당부분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종장기를 이용한 제2의 의학 혁명 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돼지장기일까? 의학자들에 따르면 날이 갈수록 심장, 신장, 폐 등 각종 장기의 기능저하나 질병으로 인해 장기이식을 요하는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동종이식의 대상이 되는 인간장기의 기증자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수요와 공급의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과 같은 신흥개발국의 차량이 늘고 마이카붐이 확대되면서 교통사고에 의한 장기이식 대상 환자는 계속 증가할 추세이다.
이와 같은 장기공급원의 절대적 부족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은 과학적 조처를 가해 동물장기를 인간에 적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장기의 크기나 형태, 생리학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동물이 돼지라는 사실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확정된 상태이다.
문제는 돼지와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면역거부 반응과, 돼지 몸에 존재하는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감염 위험을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는 점이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분자생물학 기술 덕분으로 돼지에 존재하는 알파갈이라는 면역유전자를 제거하고 대신 인간면역유전자를 돼지세포에 발현시킬수 있게 되었다.
이 세포를 이용하여 복제돼지를 만들게 되면 인간에게 급성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장기를 얻게 된다.
또한 미국 시카고 의과대학의 김윤범 교수는 수십년간 심혈을 기울인 연구결과 사람크기에 맞는 무균돼지를 생산하여, 이를 이미 필자의 연구팀에 분양해 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연말 서울대 의대에서는 이와 같은 무균돼지를 번식하고 기를 수 있는 특수시설을 완공한 바가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어렵고도 긴 연구과정을 하나씩 돌파하여, 흉부외과 이정렬, 김영태 교수팀이 인간에게 부착시켜줄 수 있는 안전한 장기를 만들어 내는데 있다.
이 과정에서는 돼지장기를 인간이 아닌 개나 원숭이 등 다른 동물에 이식하여 발생될지도 모를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는 전임상실험을 거칠 것이다.
아울러 돼지장기를 인간에 제공하는데 따르는 사회·윤리적 측면에 대한 연구도 병행할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방향에 대해 최근 윤리적 측면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보도매체를 통해 나오고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돼지는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이 아니다.
고릴라나 침팬지 같은 유인원도 아니다.
돼지는 어차피 태어나서 6개월이면 인간에게 식육으로 제공되는 운명이요, 그것이 돼지를 사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계부품이면 괜찮고 돼지장기이면 윤리적으로 곤란하다는 주장이 만성장기부전 환자들에게 어떤 설득력을 지닐지 모르겠다.
바야흐로 바이오 시대에 접근하고 있다.
정보통신 시대에는 정보기술과 함께 해야하는 삶이듯이, 바이오 시대의 윤리관도 전향적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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