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의 중심에 청와대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출범시키면서 '장관위에 군림하는 청와대를 없애겠다'며 각 부처를 직접 관장하는 수석비서관들을 없애버렸다.
그래서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각 부처의 업무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
각 부처가 국정현안을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문제와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사태, 조흥은행 노조의 불법파업사태 등 현안이 터질 때마다 청와대가 나서지않으면 안될 정도로 국정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각종 현안을 각 부처에 맡기면 이해당사자들은 '청와대가 직접 나서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청와대가 조율에 나서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참여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방식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특히 국가기밀사항인 국정원 간부들의 사진이 유출된 사건은 이같은 시스템의 약점을 극명하게 노출한 사건이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문책을 지시했지만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고집할 경우 비슷한 사례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비서실 조직의 총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우 정책실장은 "시스템정착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정운영에는 연습이 없다.
혼선도 용납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 일본방문에 나선 지난 6일 청와대비서관들이 새만금사업 시찰을 명목으로 가족을 동반한 채 지방자치단체의 소방헬기를 이용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국정혼선에 이어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도 한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현장을 둘러보겠다며 전북도 소속 소방헬기를 세 차례 운항토록 했고, 동행한 가족 중 부인 5명도 헬기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이에 대해 "민간기업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청와대의 심각한 공직기강 해이를 지적했다.
청와대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를 거쳐 이들에 대해 주의 등의 징계를 내렸지만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노 대통령의 방미 때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않은 당직행정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주의 등의 경징계 조치에 그쳤다.
그러나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은 국정원 간부사진 유출 사건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 전속사진사를 교체하는 등의 이례적인 중징계 조치를 취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노 대통령에 대한 국정보좌기능과 국정현안에 대한 조율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의 상당부분은 청와대가 공적인 관계와 더불어 사적인 관계가 혼재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때 노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나 선, 후배관계 등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일부 인사들은 '이너서클'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스템만 고집하지 말고 현실과 맞지 않는 비서실 조직의 재점검을 통해 청와대가 국정의 중심에 다시 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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