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못지킬 법.제도 신중하라

입력 2003-06-25 11:56:23

국회가 지금 혼수상태다.

6월 임시국회가 닷새밖에 안남았는데 4조1천775억원의 추경예산은 보따리도 풀지못한 채 쌓여있고 700여개의 각종 법안은 폐기처분의 위기에 몰려 있다.

이판에 국회는 느닷없이 예산정책처 신설을 추진, 9월 정기국회부터 가동할 것이라고 한다.

먼저 본 놈이 임자라듯이, 국민세금을 펑펑써댄 행정부에 대해 재정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말이야 옳다.

그러나 우리는 국회가 석달전 각 부의 반대를 무릅써가며 통과시킨 '국회조기결산제'가 지금 어떻게 되고 있나를 보고 있다.

그때 국회는 '9월 정기국회'에서 1, 2주일 정도 수박겉핥기 식으로 해온 결산심의를 충실히 하기위해 매년 9월2일까지로 돼있는 정부의 전년도 결산보고를 5월말까지로 확 당겨버렸다.

이게 지금 어떻게 됐는가? 거의 거짓말이 돼가고 있다.

정쟁으로 날새우다 7, 8월엔 국회가 방학이고, 9월이면 곧장 정기국회이니 조기결산제 자체가 무리한 일이었다.

그래놓고 이번엔 또 예산정책처를 만들겠다고 하니 걱정부터 앞선다.

사실 행정각부의 '예산 뻥튀기' 신청이 습관성 고질병이니 국회가 제동을 안걸면 누가 걸랴? 당장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도 일반회계예산을 모아보니 올해보다 무려 30.8%가 많은 145조원이나 됐고, 기가 막힌 기획예산처가 사업별 우선순위를 매겨 다시 제출하라고 재조정요구까지 했을 판이다.

만일 이 제도가 잘만 된다면 국회차원의 획기적 개혁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동안 전문성 부족한 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사업 끼워넣기에 혈안이 돼왔고 그것이 결국 비효율적 예산의 병폐를 낳았고보면, 재정전문 석.박사 50여명으로 구성된 예산정책처의 '예산심의 기능'은 행정 각부를 머리아프게 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역시 그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이 100% 담보되지 않고서는 실패하기 딱 알맞다.

책임자의 임기보장도 없이, 인력충원을 여.야가 나눠먹기 해버리면 그것은 또다른 철밥통의 양산, 국민세금의 낭비로 결과할 뿐이다.

책상위에 이삿짐처럼 널브러진 민생법안들부터 해결해놓고 딴짓을 해도 하라는 것이 국민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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