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관객 500만명 돌파'는 예사다.
1993년 한국영화사상 관람객 100만명이 넘는 미증유의 흥행기록을 세운 '서편제'를 떠올리면 10년만에 격세지감이다.
최근 영화에서 500만명을 넘긴 작품만도 '가문의 영광'(520만명), '동갑내기 과외하기'(510만명)에 이어 '살인의 추억'도 500만명을 돌파했다.
'살인의 추억'의 경우 지난 23일까지 단매(직접 배급권을 파는 형식) 배급까지 합치면 전국 동원 관객 540만명. 특히 지난 20일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휩쓸어 강력 추진 엔진까지 달았다.
'살인의 추억'을 계기로 새로운 흥행 공식들이 떠오르고 있다.
△스릴러도 흥행이 된다.
한국영화의 가장 큰 흥행 장르는 멜로다.
'친구'(818만명), '공동경비구역 JSA'(580만명), '쉬리'(578만명)가 모두 이 장르다.
허문영 씨네21 편집장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경우 남성의 감정 교류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점에서 멜로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기본인 멜로에 액션이 가미된 것이 '친구'와 '쉬리'다.
그 뒤를 고만고만한 코미디가 차지하고 있다.
'가문의 영광'(510만명), '동갑내기 과외하기'(470만명)가 그것이다.
'한국에서 스릴러는 금기'라는 것이 흥행의 공식. 그래서 '살인의 추억'이 흥행에 성공하자 각 잡지 들이 앞다퉈 '흥행 장르가 파괴될 것인가'라는 설문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흥행은 '뒷심'이다
'살인의 추억'이 나오기 이전 최고 흥행작이던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개봉 5일만에 전국 100만명을 돌파했다.
'친구'와 '조폭 마누라'는 23일만에 400만명을 돌파했고, '가문의 영광'은 31일, 그 뒤를 '엽기적인 그녀'(33일), '공동경비구역 JSA'(38일), '신라의 달밤'(47일)이 따르고 있다.
'살인의 추억'은 33일만에 4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초반 열기는 이들 작품들 보다 덜했다.
차츰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래서 '뒷심'이 강한 영화에 대한 매력들이 커지고 있다.
△지방 흥행이 전국 흥행을 좌우한다
흥행 기록을 깬 영화들은 대부분 지방 관객이 서울 관객보다 2배나 많았다.
'친구'의 경우 서울 266만, 지방 552만명의 더블 스코어. '살인의 추억'도 이와 비슷한 양상. 뒤로 갈수록 지방 관객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흥행은 30대가 좌우한다?
'친구'와 '쉬리'의 흥행 관건은 30대 관객이었다.
'30대 관객을 움직이는 영화가 대박이 된다'는 것이 최근 추세. 대표적으로 비흥행 영화 '집으로'가 410만명이나 되는 관객을 동원한 것이다.
600만명을 넘는 작품은 대부분 30대를 움직인 작품들이었다.
10대, 20대가 대표 관객이지만, 그 한계는 500만명선이란 것이 정설. 초반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500만명을 갓 넘기고 주저 앉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작품성도 있어야 한다
'살인의 추억'은 '쉬리'와 '친구'와 달리 소재면에서나 잘 짜인 시나리오, 세심한 감독의 연출력, 주-조연들의 연기 등 작품성 면에서 찬사를 받았다.
이제 작품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재미있어도 흥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충무로 제작자들의 중론이다.
허문영 편집장은 "'살인의 추억'으로 한국영화의 흥행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며 민감한 관객의 입맛이 고급화, 세련화되면서 대충 만들어서는 흥행이 안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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